▶ 애초부터 ‘존재감 부각’만 노렸을 수도…전문가 “보복 우려해 도발 자제”
▶ 코로나19·현철해 사망도 영향 가능성…軍은 긴장감 유지 “북, 도발준비 마무리”
북한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기간 일체의 도발을 하지 않아 배경이 주목된다.
북한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20일 시작된 한국·일본 방문을 마치고 24일 오후 도쿄를 떠나 귀환길에 오를 때까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같은 고강도 도발은 물론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나 방사포 등도 쏘지 않았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바이든 대통령의 한일 방문 기간에 맞춰 ICBM을 발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경계 태세를 강화해왔다.
이는 지난주 초 북한이 ICBM에 액체연료를 주입하는 정황을 포착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통상 연료 주입 3∼4일 이내에 ICBM을 발사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에 도착하는 20일이나 한미정상회담이 열리는 21일이 도발의 '디데이'라는 관측이 파다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바이든 대통령의 한국과 일본 방문 혹은 이후에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포함한 추가적인 미사일이나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분명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런데도 북한이 도발하지 않은 데 대해 위기감을 고조시켜 존재감을 과시한 것만으로 일단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바이든 대통령의 코앞에서 ICBM을 발사했다간 미국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할 수 있다는 고민도 있었을 수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 대통령이 오는 것은 미국의 항모전단, 핵잠수함 등 전략자산이 다 같이 움직인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이를 알고 있는 상황에서 쉽게 도발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북한은 미국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도발한 적은 없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미국의 경계 태세와 만약 군사적인 움직임을 했을 때 받을 보복 등을 우려해 미국 대통령의 방한 기간의 도발은 자제해 왔다"며 "이번 역시 의도적으로 피한 부분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이 북한의 도발을 주저하게 만들었을 수 있다.
북한은 지난 12일 코로나19 발생 사실을 발표했다. 물론 그날 오후 늦게 '초대형 방사포'로 추정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긴 했지만,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해야 할 상황에서 ICBM을 발사하기는 부담스러웠을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극진한 예우를 표한 현철해 인민군 원수가 지난 19일 사망하고 20∼22일 국장이 이어진 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를 지켜본 뒤 ICBM 발사여부를 판단하려 도발을 미루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다면 한미연합훈련 확대, 미국 전략자산 즉시 전개 등의 내용이 담긴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은 북한이 반가워할 내용이 아니다.
배경이야 어찌 됐든 북한이 조만간 도발할 가능성은 다분하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23일(현지시간) 북한이 미국의 현충일인 '메모리얼 데이'(5월 30일) 연휴 주말에 무력 도발할 가능성을 점쳤다.
군 당국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김준락 합참 공보실장은 이날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준비는 마무리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한미는 긴밀한 공조 하에 관련 동향을 면밀히 추적·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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