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고기·거북이·새 방생 ‘유행’
▶ 법으로 금지했지만 만연…놓아준 동물 다시 판매돼
“생명체를 살려 주어 영적인 공덕을 쌓는다." 불교 의식인 방생(放生)에 깃든 철학이다. 최근 중국에선 방생의 고결한 취지는 실종되고 되레 ‘살생'이라는 결과로 이어지는 일이 빈번하다.
펑파이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 장쑤성 법원은 지난달 쉬모씨에게 야생동물보호법 위반 책임을 물어 1만 위안(약 185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하고 9만 위안(약 1,661만 원)의 배상금을 물렸다. 쉬씨는 2021년 12월 시장에서 구입한 메기과의 외래 어종 여러 마리를 장쑤성 창저우시의 한 호수에 풀어 줬다. 새해를 앞두고 가족과 친구들의 건강과 행운을 빌기 위해서였다.
쉬씨는 더 귀한 물고기를 많이 방생할수록 더 큰 복이 찾아올 것으로 여겼다. 그래서 시장에서 비싼 외래 어종을 골랐다. 방생된 메기들은 죽어서 호수 위를 둥둥 떠다녔고, 지역 관리들은 열흘에 걸쳐 죽은 메기를 건져 내야 했다. 대량 방생이 대량 살생이 된 것이다.
쉬씨는 재판에서 큰소리를 쳤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나와 주변 사람들의 행운을 기원한 게 죄냐"라고 따졌다.
방생은 동물로부터 도살의 고통을 덜어 줌으로써 불교 신자가 내세의 복을 기원하는 행위다. 약 2000년 전부터 시작된 의식이다. 신자들 사이에선 방생 개체 수가 많을수록 공덕이 더 많이 쌓일 것이라는 믿음이 퍼졌다. 어류, 뱀, 거북이, 새 등을 수백 마리씩 놓아주는 대규모 방생이 유행했다. 중국에선 매년 약 9억 마리의 동물이 방생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2017년 중국 샤먼에서는 한 중국인이 방생하려던 뱀에 물려 사망했다. 2016년 칭다오에선 방생 모임 참가자들이 수천 마리의 참새를 야생에 방생했는데, 야생에 적응하지 못하고 대부분 굶어 죽었다.
중국 정부는 2016년 야생동물보호법을 개정해 “야생 동물을 임의로 풀어 줘 인명·재산 피해를 내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정했다. 방생을 사실상 금지한 것이다.
단속 강화는 엉뚱한 결과를 낳았다. 방생용 동물을 판매·구매하기 위한 암시장이 형성됐다. 중국 매체 식스톤은 “신자들이 까치를 방생하기 위해 소매업자에게 까치를 구매한다"며 “방생된 까치는 다시 밀렵꾼들에게 포획되어 방생용 동물로 다시 판매된다"고 보도했다. 방생시킨 동물이 돌고 돌아 다시 방생용 상품으로 둔갑하고 있다는 뜻이다. 중국 윈난 사회과학연구원의 양푸취안 연구원은 “방생이 되레 살생을 조장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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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조영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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