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與 “민주당 의회독재·날치기 결과” vs 野 “더 내실 있게 새로운 법안 준비”
▶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 노란봉투법 등 쟁점 법안들 같은 장면 ‘도돌이표’ 예상
(서울=연합뉴스) 30일 대한간호협회 회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이날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 제정안은 부결돼 결국 폐기됐다. 2023.5.30
거대 야당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간호법 제정안이 30일(이하 한국시간)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따라 결국 폐기되면서 정국은 더 얼어붙었다.
다수의 쟁점 법안에 대해 앞으로도 같은 장면이 '도돌이표'처럼 연출될 가능성이 커 꼬인 정국은 상당 기간 지속할 전망이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두 번째 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 제정안이 재차 표결에 부쳐졌으나 결국 부결돼 폐기됐다.
현행 의료법 내 간호 관련 조항을 분리하는 내용을 두고 의료인 내부 직역 간 갈등을 부른 해당 법안은 여당 반대 속에 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유관 직역 간 과도한 갈등을 일으키고,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불안감을 초래한다"며 거부권을 행사했고 결국 이날 폐기돼 사라졌다.
지난달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폐기된 것과 똑같은 절차에, 똑같은 결과다.
여야간 시각차는 뚜렷했다. 국민의힘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국회의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 민주당의 의회 독재·날치기에 대한 결과"라며 "간호사 처우 개선은 지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반면, 민주당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간호사들의 오랜 열망이자 국민 건강을 위한 간호법은 결국 좌초됐다"며 "더 내실있게 공공 의료체계를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법안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거야의 법안 강행 처리와 여권의 재의요구 건의 그리고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은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에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야당에 의해 본회의 직회부 절차를 거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방송 3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을 두고 대통령실이 거부권 행사를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방송법 개정안의 경우 야당이 공영방송을 영구적으로 장악하려는 악법이라고 보고 있고, 노란봉투법에 대해서는 기업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게 대통령실 시각이라는 것이다.
거야(巨野)에 정국 주도권을 내줄 수 없다는 정무적 판단이 깔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민의힘도 민주당의 행보가 '거부권 정국'을 유도해 총선을 앞두고 여권에 정치적 부담을 지우기 위한 전략이라고 보면서도, 이 때문에 '악법'에 대한 재의요구를 피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민주당의 (총선) 매표용 악법 밀어붙이기는 6월에도 계속될 전망"이라며 노란봉투법, 방송법,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 등을 꼽고 "망국적 입법 폭주를 막을 수 있는 건 현재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여권의 이런 움직임을 '행정 독재'로 규정하고 한 발도 물러나지 않을 태세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반복될수록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을 향한 민심이 악화할 것이라는 계산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지난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간호법이) 사실상 재가결은 어렵지만 그렇다고 재의결을 포기하는 것은 '책임 정치'에 맞지 않는다"면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번번이 좌초되는 장면은 정부·여당에도 이로울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간호법 제정안 폐기 후 "여야가 양보해 조정안을 마련할 것을 당부했는데도 정치적 대립으로 법률안이 재의 끝에 부결되는 상황이 반복돼 유감"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민주당은 방송법은 김 의장이 중재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원론적으로 여당과 법안 내용을 협상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여권이 강경해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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