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한국에서 ‘징비록’이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징계할 징(懲),’ ‘삼갈 비(毖),’ ‘기록할 록(錄)’은 시경(詩經) 소비편(小毖篇)의 ‘미리 징계하여 후환을 경계한다 (豫基懲而毖役患)’는 구절에서 따온 책 이름이다.
이 책은 1592년 (선조25년)에서 1598년까지 7년에 걸쳤던 임진왜란의 원인과 전황을 도체찰사 겸 임진 지휘자였던 서애(西厓) 유성룡이 전쟁의 수난사를 생생하게 기록한 사료다. 그는 난(亂) 후 파직된 뒤 국난 극복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자기반성의 지침서로 이 글을 집필했다고 한다.
2015년 중국 전한시대 역사가이자 ‘사기(史記)’의 저자인 사마천(司馬遷)의 눈으로 본 우리 한국 사회를 그린 ‘사마천 한국견문록’을 펴낸 이석연 전(前) 법제처장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마천에 주목한 이유를 말했다.
사마천은 바른말을 한 죄로 궁형(宮刑)에 처해지는 기구한 자신의 처지에 빗대어서 올바른 사람이 승리하고 대접받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를 하면서도 노력하며 좌절하지 않은 사회적 약자, 민중들을 역사의 전면에 내세운 최초의 학자라고 평가하고 사기는 3,000년 간 중국 역사를 다뤘지만 인간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것이 담겨 있다며 사기의 예가 우리 사회에 나타나는 여러 문제점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
불교에서 ‘인생은 고해(苦海)’라고 한다. 세상살이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다 이 고해의 파도를 타는 사람이다.
하지만 비유가 아니고 문자 그대로 1970년대부터 평생토록 파도 타는 삶을 살아온 사람이 2015년 펴낸 책 ‘미개한 야만적인 나날들: 파도 타는 삶(Barbarian Days: A Surfing Life)’이 있다.
이 퓰리처상 (Pulitzer Prize) 수상의 개인적인 메뫄(memoir) 실록(實錄)의 저자 윌리엄 피네간(William Finnegan, 1952 - )은 그의 가족이 미국 캘리포니아주(州)에 살 때 어린 시절부터 파도타기 서핑(surfing)을 시작했고, 타기 신나는 큰 파도를 찾아 오스트레일리아, 아시아, 아프리카, 남태평양 등 세계 각지로 파도 타러 다녔다. 그에게는 평생에 걸친 휴가가 아닌 순례 여정이었다.
닥치는 대로 아무 일이나 해가면서 숙식을 해결하고, 여가엔 어느 한 고물상에서 권당 1전(cent)씩 주고 구입한 수백 권의 지성 교양 잡지 ‘뉴요커(The New Yorker)’를 탐독하면서 여행을 계속했다.
그의 책 주인공은 세계 각지에서 그가 직접 타본 ‘파도들(waves)’ 이고 이 파도들을 그가 수백 개의 다른 앵글 각도의 시각으로 본대로, 온몸으로 부닥쳐 본대로 정확히 기록했을 뿐이란다. 그러자니 그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으나 그 짜릿짜릿한 스릴과 쾌감은 무엇하고도 비할 데가 없단다. 70대인 그는 뉴요커 필진의 일원이면서 아직도 세계 각지로 서핑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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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상/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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