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범죄에 관하여 피고를 한번이상 재판할 수 없다는 말이다. 헌법 13조; 모든 국민은 행위시의 법률에 의하여 범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는 행위로 소추되지 아니하며 “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아니한다” 즉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의 원칙을 헌법이 명하고 있음이다. 그래서 피고가 초심재판에서 무죄판결을 받으면 그것으로 사건이 종결된다. 무죄판결을 받은 피고를 검찰(정부)이 항소할 수 없는 원칙이다.
이 원칙을 수차례 논한 적이 있지만 변호사도 검사도 판사도, 특히 대법관도 마이동풍(馬耳東風) 이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초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검찰이 항소해서 유죄로 둔갑시켰을 때 논한 적이 있지만 소용이 없었다. 원칙을 따르기 보다는 독선적(Self-righteousness) 문화의 벽을 넘지 못하는 것 같다. 답답한 점은 피고의 권익을 위해서 투쟁해야 할 변호사기 이러한 금쪽같은 법리를 외면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
초심법원(Trial court) 재판이 가장 중요한 재판이고 유일한 재판이다. 특히 배심원 전원일치 의견으로 평결한 결과를 항소법원이 부정할 근거는 전무하다. 초심법원에서 배심원이나 판사가 증인의 증언을 직접 듣고 증인의 태도에서 감지되는 진정성 등을 종합하여 내린 결정을 항소법원이 뒤집는 건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
사실이슈(Factual issue)가 그러하다. 살인사건에서 가해자의 살의(殺意) 여부가 핵심 쟁점이고 사실상의 쟁점으로서 재판을 담당한 초심법원의 배심원이나 판사가 본이슈에 대해서 가장 해박한 지식을 갖는다고 정의하는 것이 룰(Rule)이다. 그래서 사실상의 이슈는 항소대상이 아니다. 항소법원은 하급법원 재판중에 있었던 법적오류를 시정해서 재판을 다시 하도록 환송조치하는 것이 항소법원의 책무다.
유병진 판사를 국민이 얼마나 기억할지 모르겠다. 국내의 법조인 특히 의뢰인의 권익을 위해 투쟁하는 변호사는 유 판사를 기억하고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의뢰인의 권익을 보호해야 할 것이다. 19 59년 진보당사건에서 이승만의 정적인 조봉암을 날조된 간첩혐의로 구속기소한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유병진 판사의 결기를 높이 평가한다.
그때의 정치분위기는 법치 이전에 정치깡패가 설칠 때다. 정치폭력의 두목인 이정재가 이기붕의 비호 하에 동대문상가조합을 지배하며 상인들로부터 보호비 명목으로 금품을 갈취할 때다. 자유당 감찰부 차장으로 자유당을 비호하는 폭력을 행사해왔다.
조봉암 형사재판 기간 폭력배가 법원 근처에 운집하여 위협을 과시했지만 유병진 판사는 위협에 굴하지 않고 증거불충분의 이유로 조봉암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검찰이 항소하여 대법원의 유죄확정 판결로 사법살인을 집행한다.
2011년 같은 대법원이 유병진 판사의 52년전 무죄판결이 옳았음을 자백이라도 하듯이 조봉암의 무죄를 선언한다. 그것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죄인은 위헌적 판결로 사법살인을 자행한 법관들이 아니었던가?
재론하건데 초심에서 형사피고가 무죄판결을 받으면 그것으로 사건은 종결된다, 대한민국 헌법에 의해서 그러하다. 법리적으로 재판을 다시 하는 제도(Motion for new trial)가 있지만 이 제도는 피고가 유죄판결을 받았을 경우에 해당되며 배심원의 비행(Misconduct), 배심원에게 주어지는 평결요지(Jury instruction)에 오류 등 중대한 사유가 있었을 경우 초심재판을 주관한 판사의 재량으로 새 재판(裁判)을 명할 수 있다.
최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대법원심리에 관하여 논하고자 한다. 역시 지방법원, 고등법원, 대법원에서 세 번을 재판한 사건이다. 일사부재리 원칙을 위반했음이다. 문화적으로 원님재판, 왜정때의 관료주의적 재판에 익숙한 법조계는 헌법이 명하는 제도가 가슴에 와닿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내 경험으로 말한다. Law School 입학전형 면접에서 학장이 나에게 학업을 완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수년전에 중국학생이 입학했다가 학교에서 가르치는 법리를 이해할 수 없다며 학업을 포기한 사례를 말해주었다. 서양과 다른 문화적 사고방식때문에 판례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해하기 힘든 판례가 나를 괴롭혔지만 계속해서 노력한 결과 신천지가 눈앞에 열리듯이 이해하기 시작했다. 이해를 넘어 매료되기 시작했다. 특히, 헌법과 형사소송에 관한 판례에 희열했다.
영미법(英美法)적 논리의 헌법이 한국의 법조에 자리잡기 위한 산고의 고통이 아직도 진행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사건에서 유죄추정 환송결정은, 유죄가 자명한 사건인데 유죄확정판결이 더 타당했다고 사료된다. 항소는 재판을 다시하는 제도가 아닌고로 항소법원에서의 사실심리는 불필요한 절차다. 합헌적 소송문화가 정착하길 기원한다.
intaklee@intakle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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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탁 변호사/ 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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