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태어나 살아가는 데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습니다. 나도 모르게 태어나 살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노숙자의 삶이 단순히 비난받을 일만은 아닙니다. 물론 약물 중독이나 게으름 때문에 선택한 삶이라며 손가락질 받는 경우도 있지만, 그들의 삶을 무조건 욕할 일은 아닙니다. 그들을 돕는 목사님의 말씀을 듣고 나니, 그들을 다시금 돌아보고 함께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목사님은 그들 역시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안고 가야 할 세상의 사람들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잘 사는 사람만이 훌륭한 삶을 산 것도 아니고, 돈이 많다고 해서 잘 산 삶도 아닙니다. 저에게도 굴곡진 삶과 아픈 과거가 있듯이, 그들의 삶에는 더욱 아픈 사연들이 많습니다. 70세를 바라보는 목사님은 젊어서부터 그들에게 무료 급식 봉사를 해오셨고, 쭉 그들을 보살피며 사목 활동을 하시는 분입니다.
목사님께서 바라본 워싱턴 지역 노숙자들은 초기에는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이 많았지만, 세월이 흘러 그분들이 돌아가시고 지금은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분들이 많다고 합니다. 전쟁에서 겪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질병, 그리고 충격적인 경험의 트라우마가 그들을 노숙자로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죽어가는 전우를 보거나 참호 속에서 총소리를 들으며 지냈던 전장에서 살아남아 겪었던 트라우마, 고엽제로 망가진 몸으로 정신과 몸이 함께 피폐해진 노숙자들이 너무나 많다고 합니다. 노숙자 모두가 전쟁을 겪은 것은 아니지만, 각자에게는 또 다른 아픈 사연들이 있습니다.
제가 잘 살아가는 데에는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됩니다. 그들을 무시하고 나 혼자 잘 살아가면 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그렇다고 거창하게 그들을 돕거나 모두가 목사님처럼 살 수는 없습니다.
종종 뉴스에서 참전 용사를 예우하는 정부 차원의 모습을 봅니다. 나라의 부름이든 자의든 타의든,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켜준 그들의 공로는 마땅히 인정받아야 합니다. 정상적인 삶을 살았기 때문에 받는 훈장과 대우도 중요하지만, 전쟁 후유증으로 정신과 몸이 피폐해져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국가적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사회적으로 버려진 삶을 사는 사람들은 일반인의 절실한 도움이 필요한 처지입니다.
이들은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그들에게 건네는 작은 손길은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일반인의 도움이자 따뜻한 온기가 될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사소한 관심이 누군가에게는 목숨처럼 소중한 것이 되어, 한 사람을 살리고 잊을 수 없는 선물이 될 수 있습니다.
테레사 수녀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큰일을 할 수는 없지만, 크신 분의 사랑으로 작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손가락질해서는 안 됩니다. 이 세상은 혼자 만든 것이 아니며, 그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이만큼 살고 있는 것이라는 목사님의 말씀처럼 말입니다.
그들이 의지가 약하거나 몸을 가누지 못해 노숙할지언정, 나라를 위한 그들의 희생 덕분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음을 알고 이제는 정상적인 삶을 살아온 우리가 그들을 도와야 합니다. 따뜻한 손길을 건네지 못하더라도, 따뜻한 눈길을 보내고 조롱 섞인 눈길은 거두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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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혁 패사디나,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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