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윗 “관세 올릴수록 시장 축소 기존기업 과도하게 보호 말아야”
▶ 아기옹 “성장 원동력은 개방성”
▶ 보호무역에 비판적 견해 내놓아
▶ AI 혁명 관련해선 시각 엇갈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적 관세 정책의 가장 큰 피해자는 미국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
기업의 창조적 혁신과 지속적 경제성장 이론을 정립한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 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고율 관세로 무역을 제한하는 폐쇄적인 정책으로 글로벌 경제성장이 멈추고 혁신 역시 어려워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 경제와 관련해서는 지금까지의 기술 발전과 성장 성과에 높은 점수를 주면서도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대기업의 독점적 지위는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피터 하윗 미국 브라운대 교수는 13일 노벨경제학상 수상 발표 직후 온라인 기자회견을 갖고 “관세가 올라 무역이 제한될수록 시장 크기가 감소하기 때문에 혁신을 할 유인이 줄어든다”며 “개방적인 무역정책을 유지해야 하며 동시에 기존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을 과도하게 보호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무역장벽은 높이고 경쟁력을 잃은 자국 제조업 보호에 매달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정조준한 발언으로 읽힌다. 하윗 교수와 함께 ‘창조적 파괴’ 이론을 현대 수리경제 모형으로 구성한 공로를 인정받은 프랑스의 필리프 아기옹 콜레주드프랑스 경제학과 교수도 이날 기자들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의 보호주의 방식을 환영하지 않는다”며 “글로벌 성장과 혁신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기옹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부과한 고율 관세 위협을 경제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지목하면서 “개방성이 성장의 원동력이고 이를 방해하는 그 어떤 것도 장애물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경제사학자 조엘 모키어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같은 날 미국 일리노이주 노스웨스턴대에서 가진 노벨경제학상 수상 기념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관세를 직접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한국은 지금까지 한 것처럼 국경을 열어두고 세계의 최고 기술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말로 개방성의 중요성을 에둘러 강조했다.
수상자들은 한국과 관련해서는 그간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동시에 달성한 부분을 대체로 호평하면서도 저출산 문제와 대기업 독점 구조는 풀어야 할 숙제로 지목했다. 모키어 교수는 “기술 혁신 측면에서 한국의 수준을 걱정할 이유가 없고 지금까지 한 것을 계속하면 된다”며 “내가 걱정하는 국가는 북한·미얀마 등과 같은 곳”이라고 덧붙였다. 모키어 교수는 그러면서도 “한국은 지구상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나라 중 하나”라며 “한국은 인구통계적 문제를 제외하면 성장이 지속될 수 없는 특별한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하윗 교수는 한국의 성장 둔화에 대한 해법을 묻는 질문에 “선도 기업들이 혁신을 계속할 유인을 가질 수 있도록 독점을 규제하고 경쟁적 시장 환경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답했다. 하윗 교수는 “만약 어떤 산업에서 기존의 선도 기업들이 경쟁에서 벗어나는 것보다 이를 억누르는 것이 더 쉽다고 판단한다면 그들은 당연히 후자를 선택할 것”이라며 “혁신 유인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반독점 정책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하윗 교수는 또 “기술 발전이 경제성장을 이끌기 위해서는 대학 연구, 기업의 연구개발(R&D), 정부 지원이 반드시 함께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최근 세계경제를 뜨겁게 달구는 인공지능(AI) 혁명과 관련해서는 수상자들 간의 시각이 엇갈렸다. 모키어 교수는 “인공지능(AI)이 인류를 멸종으로 몰아넣고 지구를 장악할 것이라는 생각은 사람들이 디스토피아(부정적인 암흑 세계) 공상과학 소설을 너무 많이 읽었기 때문”이라며 “그런 종류의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반면 하윗 교수는 “1990년대 통신 분야에 대한 투자 광풍과 유사하다”며 “수많은 기술 열풍은 결국 붕괴로 끝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AI는 전기, 증기기관, 정보기술(IT)처럼 인류의 또 다른 범용 기술 혁명이 될 것”이라면서도 “AI의 승자가 누가 될지도 모르고 창조적 파괴 효과가 얼마나 클지도 모르지만 엄청난 기술 잠재력만큼 일자리 파괴 효과도 크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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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윤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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