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CLA 조사 보고서 결과
▶ 전국 최고 수준의 물가
▶ 14%는 노후 준비 중단
▶ ‘주민 안전망 강화 시급’
캘리포니아의 고질적인 주거 위기와 의료비 부담이 생활 전반을 압박하며 주민들의 경제적 안정과 건강까지 짓누르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4일 UCLA 캘리포니아 건강 인터뷰 조사(CHIS)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캘리포니아 성인의 19.9%, 약 590만명이 모기지나 임대료 납부를 ‘자주’ 또는 ‘어느 정도 자주’ 걱정한다고 답했다. 이는 2021년 15.1%에서 4.8%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캘리포니아 성인의 15.6%는 주거비 마련을 위해 추가 근로나 부업에 나섰다. 14.2%는 은퇴 저축을 중단했으며, 15.9%는 신용카드 빚을 떠안았다. 건강식(12.2%)과 의료 지출(5.8%)을 줄였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자녀를 둔 한부모 가정의 36.2%가 주거비 압박을 경험하고 있어, 기혼 부부 가정(12.8%)보다 현저히 높은 비율을 보였다.
의료비 문제 역시 심각하다. 성인의 10.5%가 지난 12개월간 본인이나 가족의 의료비 지불에 어려움을 겪었으며, 의료 부채가 있는 이들 중 38.4%는 그로 인해 기본 생활 필수품조차 감당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의료 서비스 이용에도 차질이 컸다. 성인의 15.4%가 필요한 진료를 미루거나 포기했으며, 그 절반은 결국 치료를 받지 못했다. 그 이유로는 응답자의 24.8%가 비용·보험 미가입·보험 관련 문제를 꼽았다.
장애인의 경우 이 격차는 더욱 뚜렷해, 30.7%가 지난 1년간 진료를 지연하거나 받지 못해, 비장애인(15.5%)의 두 배 수준을 기록했다.
캘리포니아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산불피해 경험도 주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최근 2년간 성인의 10%인 약 300만명이 직접 산불을 겪었고, 37%인 1,090만명은 연기에 노출됐다. 산불 경험자의 9.7%, 연기 노출자의 25.5%가 신체 건강 피해를 호소했으며, 천식 환자 가운데 연기 노출군의 31.2%가 지난 1년간 발작을 겪었다.
정신 건강 피해도 컸다. 산불 경험자의 17.2%, 연기 노출자의 14.7%가 정신건강 악화를 호소했고, 정신건강·중독 관련 전문가를 찾은 비율은 각각 21.7%, 35.4%로 전체 성인 평균(17.1%)보다 높았다.
니네즈 폰세 UCLA 센터 소장은 “캘리포니아를 모두가 공정하게 번영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이번 결과는 주민 수백만명의 실질적 어려움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토드 휴스 조사국장은 “CHIS는 매년 4,000만 캘리포니아인의 삶을 이해하는 데 기여하며, 인구 건강을 보여주는 전국적 모범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CHIS는 2001년 시작된 미국 최대 규모의 주 단위 건강 설문조사로, 올해는 성인 2만4,810명, 청소년 1,021명, 아동 3,73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는 입법과 정책, 보건의료 자원 배분 등에 활용되며 주민 삶의 현주소를 반영하는 핵심 자료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 결과가 단순한 통계 수치에 그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주거비와 의료비 문제는 각각 독립된 현상이 아니라 상호 얽혀 주민들의 삶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거비를 감당하기 위해 은퇴 저축을 중단하거나 의료 지출을 줄이는 사례가 다수 확인된 만큼 생활 안정망 확충과 사회 안전정책 강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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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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