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모리 병목’ 경고등 잇따라
▶ AI 무게추, 학습 넘어 추론 이동
▶ 데이터센터 등 대규모 메모리 필요
▶ 젠슨 황 “칩 경쟁 과열로 사업 난항”
▶ 머스크도 자체 반도체 공장 검토
글로벌 빅테크가 메모리 부족을 우려하는 것은 인공지능(AI) 승자가 되기 위한 물량 공세에 가속이 붙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경쟁에 필수적인 AI용 메모리 확보에 사활을 거는가 하면 아예 자체 생산도 추진하고 나섰다.
3일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구글·메타·오라클 등 하이퍼스케일러 5곳은 2025년부터 2027년 3년간 1조 1500억 달러(1658조 원)를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에 투자한다. 이들의 투자는 메모리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올해 투자 규모만 5270억달러이다.
AI 생태계의 최상층에 있는 구글과 메타 등 이른바 ‘하이퍼스케일러’는 엔비디아에 핵심인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칩을 공급받고 엔비디아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TSMC에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용 메모리를 주문한다.
사업 모델이 제각각 다른 빅테크의 최고경영자(CEO)들은 한목소리로 최근 메모리 기근을 우려하고 있다.
이날 중국시보와 연합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AI 칩 경쟁 과열로 사업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시장 규모가 매우 크기 때문에 경쟁 업체가 계속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장기적이고 끊임없는 경쟁으로 인해 관련 사업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4박 5일간 대만을 방문한 그는 “AI의 다음 병목 지점은 메모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고 그는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6 기조연설에서도 “스토리지(낸드 등 저장장치)는 앞으로 세계 최대의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I 모델이 유례없는 속도로 데이터를 추론하고 즉각적으로 반응해야 하는 국면에 접어들면서 AI 성능과 확장성은 메모리 성능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는 판단으로 해석된다.
애플의 팀 쿡 CEO는 최근 실적 발표 행사에서 전 세계적인 메모리 칩 부족이 회사 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그 영향이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준덕 SK하이닉스 부사장도 “최근 체결되는 장기공급계약(LTA)은 강한 구속력을 갖고 있다”며 “생산과 동시에 판매가 이뤄져 하반기로 갈수록 재고 수준은 더 낮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 설명을 인용해 “지난 20년간 메모리 산업을 지켜봤지만 이번 사이클은 완전히 다르다”며 “유례없는 광기의 시대”라고 짚었다.
이런 시각의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의 구조적 특성이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수백 개의 대형 서버 랙과 그 안에 밀집된 수천 대의 서버로 구성된다. 각 서버는 고성능 컴퓨터로 랙 내 다른 서버들과 끊임없이 데이터를 주고받는데 이 과정에서 막대한 양의 메모리가 소모된다. AI 인프라 투자 붐 속에서 거대기술기업(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 구축 속도전에 사활을 걸어 메모리 칩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기업들의 공격적인 메모리 확보 경쟁은 공급난과 가격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범용 D램(DDR4, 8GB 기준)의 올해 1월 평균 거래 가격은 11.5달러로 전월(9.3달러) 대비 23.66% 상승했다. 지난해 1월 가격(1.35달러)과 비교하면 불과 1년 만에 8배 이상 치솟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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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이완기·서종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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