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은 이조시대 벼슬로는 정2품 관직이다. 말이 정2품이지 신분사회였던 이조시대에 2품이라고 하면 그 위상은 엄청났다. 정승·판서(2품 이상)는 고사하고 정3품 당상관 문턱에만 올라서도 그 성세가 대단했기 때문이다.
당상관이 되면 온갖 특혜가 주어진다. 3대에 걸쳐 모든 부역이 면제된다. 그 뿐인가. 당상관을 배출한 집안은 양반 중의 양반 취급을 받는다. 그러니 높은 벼슬을 받으면 ‘성은이 망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인기 연속극 ‘허준’에서는 주인공이 당상관에 봉해지는 장면이 다소 싱겁게 나온다. 엄청난 신분 상승에도 불구, 부인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는 게 전부다. 드라마상의 허준을 마치 사욕을 초월한 성인처럼 그리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5공 말기, 그러니까 6.29선언 이후 전두환 정권의 마지막 개각과 관련해 5공의 2인자 C모씨와 막역한 사이였던 M모씨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C씨와 사적으로 친하다는 게 어떻게 알려졌는지 여러 사람이 만나자는 거예요. 어떻게든 C씨에게 연을 달아 한자리 얻겠다는 거지요. 참 알 수 없는 게 6개월도 채 안 남은 정권이고, 정권이 바뀌면 무슨 일이 날지도 모를 판인데도 한 자리만 주면 감지덕지할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것이지요."
DJ정부가 개각을 했다. 정권 후반기를 맞아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 청와대측이 밝히는 개각의 이유다. 그런데 왜 개각을 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인 모양이다. ‘그 얼굴이 그 얼굴’ ‘개혁과 거리가 먼 인선’ 등이 이번 개각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다.
비난은 지나치게 자주 개각이 이루어지는 데에 주로 몰리고 있다. DJ 정부가 출범한지 2년5개월여. 그동안 무려 10차례 이상 크고 작은 개각이 이루어졌다. 이번 개각으로도 재임 7개월이 안된 장관이 3개 부처에서 나왔고 특히 교육부의 경우 장관 수명이 1년이면 ‘대단한 장수’이고 6, 7개월이 고작이어서 뒷말이 무성하다.
YS는 일찍이 5·6공 정권시 지나치게 잦은 개각을 비판했다. YS가 임기를 같이한 각료는 그러나 단 한명이었다. DJ는 YS정권의 잦은 개각에 대해 "빈번한 개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점잖게 일갈했다. 그러나 이번 개각으로 초기 조각 원년 멤버로 유일하게 남았던 김성훈 농림장관마저 물러나 DJ는 이 방면에서 YS의 기록을 경신한 셈이 됐다.
왜 이처럼 자주 개각을 할까. 혹시 ‘벼슬은 성은이요, 가문의 영광’이라는 이조시대의 멘탈리티가 아직도 지배하는 데가 권력과 그 주변으로, 대통령이 되면 이같은 멘탈리티에 곧바로 감염되기 때문일까. 아니면? 어찌됐든 한국 정치의 불가사의의 하나인 것만은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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