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 내고도 못 묵는 라스베가스 호텔 특실, 한번에 100만달러이상 쓰는 손님만 초청
라스베이가스를 제집처럼 드나들더라도 ‘큰 손’이 아니면 그 존재조차 모르는 호텔방이 있다. 작아야 7000스퀘어피트, 크면 1만2000스퀘어피트 면적에 화장실 벽에도 마티스 작품이 걸려 있고 핸드 로션 병에는 금가루가 떠다니는 이 초호화 객실은 50만달러쯤 잃고도 혈압이 오르지 않을 큰 손이 아니고는 들여다볼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60억명중 호텔들이 그런 사치를 한껏 즐기라고(물론 무료로) 초대하는 사람은 500명에 지나지 않는다. 그 500명안에 드는 사람이라면 MGM의 ‘맨션’이나 벨라지오의 ‘더 빌라스‘ 열쇠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전화만 기다리면 되겠지만 한때 그렇지 않은 사람 앞에는 굳게 닫혀있던 그 문도 요즘은 조금씩 열리고 있다. 경기가 둔화되며 큰손들의 출입이 뜸해지자 하룻밤 평균 7000달러 정도로 일부가 대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돈을 받고 숙박시키는 방은 2%가 넘지 않는다. 그보다는 차라리 작년 여름 벨라지오에서 2000만달러를 잃은 오스트레일리아의 미디어제왕 케리 패커 같은 ‘고래’급 큰 손을 유인하는 미끼로 비워두는 것이 낫다는 것이 호텔측의 계산이다. 방이 멋있다고 방에 머무는 도박꾼은 없지만 그들의 비위를 맞추는데는 호화객실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마카오나 홍콩등을 제치고 라스베가스로 오게끔 하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카지노들이 큰 손에게 내놓을 상품은 다른 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특별한 수준의 서비스라는 것이다.
그 수준은 지난 몇십년동안 급격히 상승했다. 라스베가스 호텔에서 특실이야 1950년대부터 있어왔지만 지난 3년사이에 그 면모가 크게 달라졌다. 올 여름 늦게 시저스 팰리스에는 2400만달러를 들여 지은 1만1000스퀘어피트짜리 빌라 2채가 문을 연다. 이 빌라는 돈 내고 묵을 손님은 받지 않는다. 한번에 100만달러를 잃어줄 손님도 초청장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시저스 사장 존 쉬글리는 말한다. “그야말로 최상급의 손님만을 위한 것이니까요”
최상급의 수명은 짧다. 라스베가스 힐튼 호텔이 4500만달러를 들여, 1만스퀘어피트가 넘는 ‘스카이 빌라’ 3채를 지었다고 자랑한 것이 1995년인데 요즘 이것 가지고 세계 최고의 도박꾼들을 끌어들이기는 역부족이다. 마케팅담당 리차드 랭글로이스는 “요즘은 경쟁이 심해서 100만달러짜리 손님도 포기했다”고 말한다.
카지노 간부들은 큰 손들의 신변에 관한 한 절대 침묵을 지키지만 주변 취재로 드러난 큰 손들의 면모는 아래와 같다. ▲우선 큰손의 70%는 아시아인으로 대부분이 사업가 아니면 은행가다. ▲초대장은 손님이 라스베가스에서 얼마나 오래 도박을 하며 평균 판돈이 얼마인지에 근거해서 발송된다. ▲한번 와서 100만달러 정도 쓰는 손님이라면 보통 한판에 1만달러정도를 건다. ▲큰 손들이 좋아하는 게임은 바카라로 한판에 10만달러가 왔다갔다 한다. ▲노름을 하면서 쓰는 돈이 평소 수준에 밑돌 경우 호텔측은 초청장을 거둬들이기도 한다.
초청받은 사람이 묵을 곳을 한번 살펴보자. 30층쯤 되는 높이에 자리잡은 힐튼 스카이 빌라에서는 라스베가스의 스트립은 물론 주변의 사막과 그 너머의 산까지 훤히 보이는 경관이 기가 막힌다. 안에는 모든 표면이 대리석에 안락의자, 샹들리에, 수도꼭지까지 금색으로 찬란하다. 벽마다 벽화로 장식되어 네로황제가 살아 돌아와도 편안하게 여겼을 분위기다. 이제 100만달러짜리 손님도 포기한 마당이므로 힐튼은 25만달러짜리 손님 아니면 하루밤에 1만5000달러(3일 이상 묵어야 한다)를 낼 CEO를 찾고 있다.
벨라지오가 3년전에 문 연 9채의 빌라에는 마이클 조던, 조지 부시 전 대통령 같은 저명인사들이 묵었지만 원래는 최고급 도박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지어진 것이다. 8200스퀘어피트에 침실이 3개인 3번 빌라는 2만달러짜리 모직 카펫에 푹신한 소파, 조그만 폭포와 수영장을 곁들인 정원이 딸린, 우아한 가정집 같은 분위기다. 숙박객이 요리할 리가 없지만 부엌에는 서브지로 냉장고와 울프 개스레인지도 갖췄다.
MGM의 맨션은 호텔에서 보이지도 않는다. 2년전 2억달러를 들여 지은 29채의 빌라는 2400~1만2000스퀘어피트고(방 하나짜리 3000달러부터 4개짜리 1만8000달러까지 빌릴 수 있다) 조종사나 유모등 수행원 방도 있다. 한 곳에는 그냥 운전하기를 좋아하는 손님이 오면 언제라도 몰고 나갈 수 있도록 호텔측에서 선물한 20만달러짜리 페라리 456M이 차고에 대기하고 있다.
공중전화 부스에 데이빗 하크니의 스케치, 엘리베이터 대기소에는 피카소 작품이 걸렸고 당구장에는 800년된 중국산 골동품 마상이 놓여 있으며 또 방마다 최고급 이태리제 시트에 불가리 향수가 준비되어 있는 이 특실에서도 화장실에 걸려 있는 부드러운 실크 목욕가운은 “아주 빨리 없어진다”고 맨션의 부사장 리 핑 우는 말한다. 큰 손들도 슬쩍하기는 마찬가지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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