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세계의 이야기를 동화적으로 꾸며낸 영화 ‘원더풀 라이프’의 감독 고레다 히로카즈(39)가 12월 8일 개봉을 앞두고 주연배우들과 함께 내한해 27일 오전 서울 신문로의 씨네큐브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다큐멘터리 PD 출신인 고레다 감독은 95년 ‘환상의 빛’으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오셀리오니상과 밴쿠버영화제 용호상(龍虎賞)을 거머쥐며 화려하게 영화계에 데뷔했으며 98년 ‘원더풀 라이프’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기도 했다.
당시 ‘사후(死後)’란 제목으로 소개된 이 영화는 막 이승을 하직한 사람들이 저승으로 출발하기 전 린보 역(驛)에 1주일간 머물며 가장 행복한 순간만을 선택한뒤 영원 속으로 떠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다음은 감독과의 일문일답.
- 만일 영화 속 인물이 된다면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기억은 무엇인가.
▲세계 여러나라의 영화제를 다닐 때마다 받는 질문이지만 아직도 선택하지 못했다. 이제 3편의 영화를 만든 신인이어서 앞으로 영화를 더 만들어야 답을 찾을 수있을 것 같다. 만일 당장 사고로 죽게 된다면 영화 속 주인공처럼 린보역에 남은 채죽은 사람들의 행복한 순간을 영화로 만들어주고 있을 것 같다.
- 올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디스턴스’까지 세 작품이 모두 죽음을 소재로 하고 있는데 특별히 죽음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는가.
▲세 작품은 죽음을 그린 영화가 아니라 반대편에서 삶을 바라보는 영화이다.
관객들도 이 영화를 보고 죽음을 떠올리기보다 삶을 되돌아보기를 바란다. 나는 영화에 보편적인 감성을 담으려고 노력했지만 일본적인 생사관이 반영됐다고 느끼고있다. ‘원더풀 라이프’의 등장인물들이 7일 동안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있다가 영원 속으로 떠난다는 설정도 일본인이 믿고 있는 죽음관과 연관이 깊다.
- 이야기는 판타지에 가까운데 특수효과를 쓰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나 역시 판타지 영화를 만들고자 했다. 감독들은 많은 것을 보여주어야 직성이 풀리고 관객도 많은 것을 봐야만 만족한다고 생각하는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컴퓨터그래픽의 도움을 받아야만 환상세계를 그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지금이 자리도 우리가 사후세계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느낄 수 있다.
- 수많은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들었다. 이러한 작업방식을 택한 까닭은?
▲영화를 찍기 전에 양로원이나 절을 돌아다니며 500명 가량에게 영화 속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이들의 대답이 훨씬 생생하고 감동적이어서 시나리오를 대폭 뜯어고치고 상당수를 직접 출연시켰다. 심지어 한 배우의 대사도 그가 털어놓은 경험담으로 바꾸기도 했다.
- 다큐멘터리를 만들 때와 영화를 찍을 때의 차이는 무엇인가.
▲내가 다큐멘터리 연출자 출신인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대상과 작업방식이 다를 뿐이다. 다만 나는 배우들이 리허설을 통해 대사를 다듬고 스태프 전체와 함께 어떤 상황을 함께 인식하며 찍는 영화적 작업방식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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