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예상 밖의 일을 당했습니다. 언제나 자기 영화 설명에 열심이고, 누구보다 당당하게(그것이 때론 지나친 자기 방어와 옹고집으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비판에 맞서던 김기덕 감독이 인터뷰를 거절한 것입니다. 데뷔작 ‘악어’ 때부터 지금까지 격의 없이 만나 영화에 대한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솔직하게 나눴던 그가 기자를 만나지 않겠다니? 그는 “미안하다. 모든 매체와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했다. 당신하고만 인터뷰를 하면 내 꼴이 뭐가 되냐. 제발 봐 달라”고했습니다.
‘나쁜 남자’의 국내 개봉(11일)을 앞두고 있고, 또 그 영화가 베를린영화제 본선에 진출해 그로서는 3년 연속 세계 3대 국제영화제 진출이란 기록을 달성한 직후였기에 더욱 당황했습니다. “하, 이것 봐라. 이제는 너까지? 너도 스타다 이거지”라는 느낌도 솔직히들 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e-mail을 통해 “절대 아니다. 마음이 힘들다. 몸도 아프다. 부디 이해해 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 “국제적으로 알아주니까. 국내는 신경 안 쓴다는 얘기지”라고 핀잔을 주면서도 굳이 그 이유를 알려고 더 이상 닦달하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는 누구보다 자신의 영화가 먼저 국내에서 ‘독특한 색깔’로 인정받기를 바라고 있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는 지난해 ‘수취인불명’이베니스영화제에 진출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하기보다는 “해외영화제에서 화제가 되고 나서야 비디오로 내 영화를 보는 현실이 슬플 뿐”이라고했습니다.
그도 물론 자기 영화가 대중성이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천의무봉(天衣無縫)이라고 주장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자기 영화를 통해 또 다른 인간의 내면과 욕구, 상처와 사랑, 운명을 들여다보는 것을 바랄 뿐입니다. 나와 다른 곳에서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인정하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없다면 오직 자신의 틀과 가치관에 맞는 영화만 인정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로서는 지금 한국영화의 현실이 그렇기에 ‘입’을 닫기로 한 것입니다.
그런 그가 작심 열흘 만에 인터뷰를 하겠다고 항복을 표해 왔습니다. 그의 고집으로 두 배 이상 고생하는 주연 배우 조재현의 항의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선언을 ‘오만’으로 매도하는 일부 매체들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자만인지는 몰라도 오만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그의 변명과 달리 그는 자신도 모르게 오만해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당신에 대한 우리의 평가가 호의적(그것 역시 다분히 해외영화제 진출을 의식한 것이지만)이었는데 인터뷰 거절이라니”라는 식으로 몰아붙여 끌어내리는 것이야말로 더 큰 ‘오만’이 아닐까요. 정말 그의 존재가치를 인정한다면 한번쯤그의 ‘엉뚱한 선언’을 지켜보는 게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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