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 판타지와 픽션의 물결이 퇴조하고 휴먼다큐멘터리의 열풍이 몰려오고 있다.
봄철 극장가에는 실존 인물들의 영웅담을 담은 국내외 전기영화들이 잇따라 상륙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첫 주자는 22일 개봉될 ‘뷰티풀 마인드’. 천재 수학자 존 내시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로 론 하워드가 메가폰을 잡고 러셀 크로가 주연으로 등장한다.
내시는 21살의 나이로 균형이론을 발표해 아담 스미스 경제학의 토대를 뒤엎은 인물. 그 뒤 냉전의 희생양이 되어 정신분열증에 시달리다가 눈물겨운 노력으로 재기에 성공, 94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는다.
반세기 세월을 넘나드는 러셀 크로의 호연과 긴장의 끈을 잠시도 놓지 못하게 만드는 론 하워드의 노련한 연출이 돋보인다.
다음달 24일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뷰티풀 마인드’와 주요 부문상을 다툴 것으로 예상되는 ‘알리’는 3월 1일 국내 팬들에게 선보인다.
주인공은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쏜다’는 전설적인 프로복서 무하마드 알리. 소니 리스튼, 조 프레이저, 켄 노턴, 조지 포먼 등 헤비급 스타들과 벌인 `세기의 대결’에만 앵글을 고정시키지 않고 로마올림픽 금메달을 오하이오 강물에 던져버리고 베트남전 징집을 거부했다가 투옥되는 등 링 밖에서의 모습도 함께 부각시킨다.
할리우드 악동 윌 스미스가 장인정신에 빛나는 마이클 만 감독의 조련 아래 진정한 배우로 거듭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항해 한국영화계가 내세우는 영웅은 조선 말기 천재 화가 장승업. ‘취화선(醉畵仙)’이란 제목처럼 술과 그림을 벗삼아 신선처럼 산 인물이다.
국민감독 임권택은 7개월 동안 전국을 돌며 연기파 배우 최민식을 자유정신과 예술혼의 소유자로 변신시키는 데 성공했다. 틈틈이 공개된 촬영현장 소식에 따르면 ‘서편제’나 ‘춘향뎐’을 뛰어넘는 임감독 필생의 역작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지난 5일 경남 하동을 끝으로 모든 촬영을 마쳤으며 현재 한창 편집중이다. 개봉 일정은 이 작품이 겨냥하는 칸 영화제의 개막 2주일 전인 5월 3일로 잡아놓았다.
`비운의 복서’ 김득구의 가슴 아픈 사연을 그릴 ‘챔피언’은 지난해 12월 14일 크랭크인에 들어갔다. 이달 말에는 대규모 제작진이 미국에 건너가 레이 붐붐 맨시니와의 시저스팰리스 사투장면을 카메라에 담을 예정이다.
한국영화사의 모든 흥행기록을 고쳐쓴 곽경택 감독이 ‘친구’에서 호흡을 맞춘배우 유오성과 의기투합해 또한번의 신화 재현을 꿈꾸고 있다. 개봉 예정은 9월.
전세계 무도인과 순회 맞대결을 펼친 전설적인 무예가 최배달(본명 최영의)의 일대기도 스크린에 옮겨진다. 고우영 만화 ‘바람의 파이터’를 토대로 시나리오 작업을 벌이고 있으며 배우 캐스팅이 끝나는 대로 양윤호 감독의 지휘 아래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다.
정통 전기영화는 아니지만 김대중 대통령 납치사건을 극화한 한일합작영화 ‘K.T’도 실존인물의 비화를 추적한 영화여서 관심을 모은다.
사카모토 준지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지난 5일 일본 도쿄에서 시사회를 가졌으며, 지난 6일 개막된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도 진출해 김기덕 감독의 ‘나쁜 영화’와 함께 황금곰상을 노리고 있다. 국내 개봉일은 5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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