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무대로 조심스레 시도되고 있는 현대서예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다국적 그룹전 ‘아트 오브 잉크 USA-2002’(Art of Ink USA)가 열린다.
한국, 일본, 중국, 프랑스, 미국 등 세계 각국 출신 31명의 작가들이 참여해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이번 전시는 포틀랜드의 컨템포러리 크래프츠 갤러리에서 7월27일부터 시작돼 9월까지 계속된다. 한인 작가로는 미주와 한국에서 활동하는 김순욱, 김양동, 석순기, 여태명, 이민주, 한영애씨가 참여한다. 이번 전시에 나오는 작가들 중 일부는 지난 1월 LA 한국문화원에서 작품을 소개하기도 했다.
전시되는 작품들은 작가의 국적이나 개성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파격의 실험정신을 반영하고 있다. 지필묵을 사용해야 한다는 서예의 원칙이 생략되는 것도 심심찮게 보인다.
계명대 예술대학 김양동 교수의 작품은 두껍게 주름이 간 종이 위에 거칠게 담겨 있다.
부드러운 전통한지에 먹이 번지며 만들어낸 이미지는 간데 없고 투박한 유화물감의 질감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민주씨의 그림은 검은 먹이 사용됐지만 그 알맹이는 영락없는 서양화의 형태이다. 굵고 가는 선이 빚은 반추상 형상은 고뇌하는 인간의 모습으로 드러난다.
미국작가 빅토리아 피트만의 작품은 현대 설치작품의 세련미를 풍기며 일반인이 생각하는 서예의 범주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다. 금색으로 흘려 쓰여진 장식에서 전통적인 붓 놀림의 윤곽이 보일 따름이다.
이렇듯 정체성마저 모호한 현대서예는 여러 예술형태와의 대담한 결합을 통해 새로운 자가증식을 멈추지 않는 미완의 예술로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재진 기자> jjrh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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