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서양 프레스티지호 사고 중유1만톤 유출19일 스페인 북서부 대서양 연안에서 유조선 프레스티지호가 두 동강 난 채 침몰함에 따라 사상 최악의 해양 오염이 우려되고 있다.
침몰한 프레스티지호의 탱크에는 6만여 톤의 기름이 실려있어 바다 속의 시한폭탄이나 다름 없다.
심해의 시한폭탄 전문가들은 “재난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번에 유출된 연료용 중유는 원유보다 정화가 훨씬 어렵고 물과 섞이면 진득진득한 덩어리로 굳어지는 성질이 있어 같은 양의 원유보다 수십 배의 피해를 낸다.
이 지역의 바람이 약한 것도 악재이다. 기름띠가 파도를 따라 흩어지면서 휘발되지 않고 해저로 가라 앉으면 심해의 생태계가 완전히 마비되기 때문이다. 다른 해양 생물이 먹이가 되며, 오염 물질을 축적하는 성질이 있는 조개류가 이 지역의 주요 생물인 것도 피해를 심화하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피해가 언제부터 시작될지 조차 알 수 없다고 경고하고 있다. 사고 지역 해저 지형이 울퉁불퉁하고 수심이 깊어 펌핑 작업으로 탱크에 남아 있는 기름 6만여 톤을 뽑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기름이 당장 흘러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압력으로 폭발을 일으키거나 노후한 선체 표면이 부식해 유출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에 마냥 방치할 수도 없다.
그린피스의 데이비드 산틸로 대변인은 “이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노후한 선박들을 교체할 것을 각국 정부와 정유 업체에 호소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수십 대의 제2의 프레스티지호가 전세계 해양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고 경위
7만 7,000여 톤의 원료용 중유를 싣고 싱가포르로 향하던 바하마 선적 프레스티지호는 13일 갑자기 엔진 고장을 일으켜 항해를 중단했다. 라트비아의 벤스필스항을 출발한 지 8일 만이었다. 14일 예인선 4대가 동원돼 먼 바다로 예인 작업을 시작했지만, 15일 스페인에서 104㎞ 떨어진 지점에서 강한 폭풍을 만나 선체 중앙부에 1.5㎙ 정도의 균열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4,000여 톤의 중유가 흘러나와 인근 해역 수백 ㎞ 반경이 온통 검은 기름으로 뒤덮였다. 하지만 연안 오염을 우려한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프레스티지호를 자국의 항구로 예인하는 것을 반대, 중유가 계속 흘러나오는 채로 예인을 계속했다.
결국 선령 26년의 프레스티지호는 19일 스페인 갈리시아 해안에서 250㎞ 떨어진 지점에서 선체가 두 동강 나 수심 3.5㎞의 바다 밑으로 가라 앉고 말았다. 선원들은 15일 이미 대피해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침몰 과정에서 6,000 톤의 중유가 추가 유출됐다.
피해 규모
15일 유출된 중유 중 일부는 너비 17㎞의 기름띠를 형성, 강한 해풍을 타고 이틀 만인 17일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해안에 도착했다. 환경단체들은 현재 오염 지역이 최소 200㎞에 이르며, 바다새 수백 마리와 어류 수만 마리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전했다. 특히 세계 최대의 홍합 산지인 갈리시아 북서부 론쿠도의 갯벌의 99% 이상이 기름에 뒤덮였다.
현지 언론들은 유출된 1만여 톤의 기름이 모두 해안에 도착하면 어업과 해양 관광업에 100% 의존하는 이 지역의 피해액이 수십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환경단체들은 특히 유럽연합(EU)이 보호지역으로 지정한 모래언덕 등 희귀 생태지역 13곳과 멸종위기종에 등록된 퍼핀, 키티웨이크 등 섬새들이 오염될 것을 우려했다. 갈리시아 연안은 지중해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생태계의 보고로 꼽힌다.
이번 사고가 1989년 알래스카 생태계를 마비시켰던 엑손 발데즈호 사고 피해보다 훨씬 클 것이라는 우려도 이 때문이다.
최문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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