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일 하십니까? 언제쯤 은퇴하십니까?” 하는 질문을 자주 받는 걸 보니 이제 나이를 먹는가 보다.
집안에 하루종일 남편이 있는 것은 마치 부엌에 그랜드 피아노를 두는 것 같다고도 한다. 퇴직한 남편이 큰 두통거리가 되고 있을 때 주부들의 표현이다.
보기에 따라서 은퇴생활은 일생 중 가장 좋은 때이기도 하고 허탈상태로 의기소침 할 때이기도 하다.
요즈음은 65세가 되면 사회보장연금을 받으니 으레 은퇴해야 하는 걸로 생각한다. 100년 전인 20세기초에는 70세의 70%가 아직 일을 하고 있었고 은퇴 후의 평균수명이 2년이었다. 그러니 은퇴의 의미는 좀 쉬고서 죽을 날을 기다리는 것이 고작이었다.
지금은 평균수명이 28년이나 길어졌으니 65세에 은퇴하면 20년을 사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보면 인생의 3분의 1이나 되는 긴 세월이 은퇴 후 삶이니 새로운 각도에서 인생설계를 하고 여정을 준비하여야 되겠다.
미국에서는 1965년 이후 메디케어 의료혜택과 사회보장 제도가 생기면서 65세를 평균으로 은퇴가 보편화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40년이 지난 지금 65세 은퇴가 조기은퇴로 생각되는 것은 모두가 오래 살고 건강한 탓인 것 같다.
은퇴는 종착역이 아니다. 은퇴는 인생의 큰 고비가 되고 전환을 이루는 과정이다. 인생의 첫 1/3은 준비기간이다. 자라면서 공부하고 시험 치르고 경쟁을 이기려 기를 쓰는 때이다. 중간 1/3은 자기를 나타내려 하고 업적을 이루고 가정을 구성하는 때이다.
마지막 1/3인 은퇴 후는 이제 누구에게도 자기를 증명할 필요가 없는 때이다. 자기에게만 충실하면 된다. 경쟁이 필요없어서 자유를 가질 수 있고 마음에 평안을 누릴 수 있다. 얼마나 좋은 때인가? 우리는 흔히 바쁘다(busy)는 것과 활동한다(active)는 것을 구별하지 못하는데 은퇴 후에는 바쁠 필요가 없다. 단지 무엇이든 활동하는 생활을 해야한다.
은퇴는 재정적인 준비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건강을 잃으면 아무런 재미도 없고 하고싶은 일도 해볼수 없다. 건강관리는 평생 해야 할 일이다.
1938년부터 824명을 평생동안의 연구한 하버드 노인 연구 보고에 의하면 과음이 노년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 된다. 그리고 50세 때의 낮은 콜레스테롤의 수치보다 원만한 결혼생활이 80세까지 살수 있느냐 없느냐를 예측하는 더 정확한 척도라고 한다.
감사하고 사랑할 수 있고 또한 젊은 사람과 사귈 수 있는 성품이 재정적인 수입 보다 더욱 중요한 자산이라고 보고하고 있다. 육체적인 여건보다 마음과 정신이 젊어야하고 항상 배우는 자세가 노후의 삶을 기름지게 하는 첩경이다.
성공적인 은퇴에도 모델이 필요하다. 젊어서는 대개 돈과 자유와 권력의 추구가 인생의 목표가 되어왔을 것이다. 흔히 자기가 하는 일. 자기가 가진 것. 그리고 남들이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는 것이 자기의 정체성을 이룬다. 그러나 은퇴 후에는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해방될 수가 있다. 초점이 남에게서 자기에게로 드디어 되돌아 온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대로 될 수 있고 할 수 있는 때이다.
단순한 삶이 영혼을 기름지게 한다. 길을 떠날 때 전대에 금이나 은이나 동이나 가지지 말라고 한 예수의 말씀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모든 짐을 벗고 자기로 돌아가는 귀한 인생의 여정이 되어야겠다. 자신에 충실한 마지막 1/3의 인생의 길이니 은퇴자들이여 새 삶을 즐기자.
권영조/암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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