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법조인 배출규모·설립 대학수 등 싸고
사개추위·변협-학계·시민단체 ‘샅바싸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2008년을 목표로 로스쿨 도입을 준비중인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는 9일 차관급 실무위원회에서 로스쿨 특별법안을 사실상 확정하고 16일 장관급 본위원회에서 의결할 계획이다.
하지만 학계와 시민단체 등을 “기형적인 로스쿨이라면 의미가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1일에는 로스쿨 도입시 당첨 1순위로 꼽히는 서울대 교수들까지 나서 사개추위의 로스쿨 안을 비판하고 나섰다.
‘사법개혁 3000 국민연대’가 12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변호사 연간 3,000명 배출과 배심제 도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사개추위 안은 각 로스쿨의 입학정원을 150명 이하로 하고 있다. 교수 대 학생 비율은 1 대 12, 전임교수는 20명 이상 확보해야 하며, 이 가운데 5년 이상 변호사 경력의 실무교수가 20% 이상이어야 한다.
사개추위는 그러나 가장 큰 관심사인 전체 로스쿨 정원은 “추후 교육부장관이 결정할 것”이라며 결론을 미뤘다. 전체 입학정원은 향후 우리나라 법조인 규모와 전체 로스쿨의 숫자를 결정하는 핵심 내용이다.
사개추위의 전신인 사법개혁위원회는 지난해 “초기에는 현행 사법시험 합격자 수(1,000명선)와 비슷한 수준에서 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다수 의견으로 제시한 바 있다.
전국 법과대학 교수들로 구성된 한국법학교수회(회장 송상현 서울대 교수)와 법학교육 개혁을 위한 전국 교수연합 등은 사개추위 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학교 당 입학정원을 150명으로 제한한 것 자체가 사실상 변호사 업계의 의도에 따라 현재 사시합격 규모를 유지하려는 방안이라며 전체 정원을 대폭 늘릴 것을 주장하고 있다.
사개추위 안대로 하면 현재 법학부를 두고 있는 전국 97개 대학 중 10% 수준인 8~10개 대학만 로스쿨을 설립하게 돼 결국 나머지 대학은 고사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여기에는 1,000명 가까운 전국 법대 교수들 대부분이 생존권을 위협 받게 될 것이라는 위기의식도 깔려있다.
서울대 법대 교수들도 11일 따로 기자회견을 갖고 “연간 법조인 배출 규모를 1,000명 선으로 제한하는 것은 법률가를 직업이 아닌 특권신분화 하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 현실을 고려할 때 3,000명 선이 적절하며, 설립 대학 수도 제한하지 말고 일정 수준을 갖춘 대학은 모두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계에선 이밖에도 “각 도마다 1개씩 로스쿨을 두자”(국립대총장협의회), “로스쿨 대신 법대 졸업생만 응시하는 법조인 선발시험을 신설하자”(법학교육정상화추진교수협의회) 등 다양한 주장을 하고 있다.
변호사 업계의 시각은 다르다. “로스쿨 전체 정원은 1,200명 선을 넘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 대한변협은 우리사회 현실에서 매년 수천 명의 변호사 증가를 감당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하창우 변협 공보이사는 “사시 합격자가 1,000명인 지금도 많은 변호사들이 취업을 못하고 있다”며 “법무사, 세무사 등 유사직역만 1만 5,000명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나라와 직접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사개추위에 따르면 최근 급격한 증가 추세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법조인 숫자는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크게 적은 수준이다. 법조인 1인당 국민수가 5,783명으로, 미국(266명), 영국(557명), 독일(578명), 프랑스(1,509명)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김용식 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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