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능한 것이 없을 듯이 신보수파의 아젠다를 실행해 오던 부시 대통령이 곤경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안보 하나만은 시쳇말로 “끝내 주게“ 책임질 터이니 나를 믿어 주시오 하고 큰소리를 치던 행정부의 무능함이 카트리나 폭풍 피해자 구호작업에서 철저하게 드러난 후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일이 없는 것 같다.
9.11 테러 사건 이후 미국민은 테러범들로부터 국민들을 보호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부시 대통령의 약속을 믿고 그가 원하는 거의 모든 정책을 지지해 주었다.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 이라크 전쟁, 흑자를 단숨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적자로 바꾼 재정정책, 저소득층 복지 삭감, 산업시설의 공해 배출물 증가, 애국자법에 의한 시민 자유의 제한 등 국론을 첨예하게 갈라놓은 그의 정책들은 한 페이지를 다 채워도 모자랄 정도이다. 그의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비애국적’이라는 으름장이 거의 노골적으로 사용되었고 국민과 언론은 그것을 묵인하였다.
문제는 국민들의 눈이 열린 것이다. 카트리나에 대처를 못해 1,000여명의 희생자를 내고 일주일 넘게 아비규환의 지옥상을 생중계로 보여준 부시 행정부의 무능함은 미국민들의 등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것은 마치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의 강아지 토토가 마법사가 숨어 있던 커튼을 젖혔던 순간과 같았다. 웅장한 마법사의 환영 뒤에는 초라한 사기꾼이 숨어 있었던 것이었다.
허리케인의 바람이 좀 잘때 쯤해서 일어난 해리엣 마이어스 백악관 법률고문의 연방 대법관 지명과 철회의 과정에서 분명히 드러난 것은 미국민들이 더 이상 부시 대통령의 ‘나를 믿어주시오’라는 장담을 받아들일 용의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치는 격으로 체니 부통령의 비서실장 루이스 리비가 위증, 허위진술 및 사법방해죄로 기소되었다. 그는 단순히 부통령의 비서실장이라고만 치부하기에는 너무도 비중이 큰 사람이다. 그는 실제로 부통령 비서실장 이외에 두 가지의 공식적인 직함을 더 가지고 있다. 부통령 안보고문 및 대통령 보좌관이다. 역사상 유례가 없이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는 체니 부통령의 영향력과, 모든 안보 관련 정책을 극소수의 최측근들 사이에서 비밀리에 결정해온 부시 행정부의 관행을 고려해 볼 때, 그야말로 실세 중에 실세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더욱이 그에 대한 기소 범죄들이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기 위한 행정부의 정보조작을 폭로한 윌슨 전 대사를 매장시키려고 벌렸던 언론 캠페인을 은폐하려는 과정에서 범해진 것이기 때문에 부시 행정부의 신뢰성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이 상처받은 절뚝발이 행정부의 집권이 앞으로 3년이나 더 남아 있다는 데에 있다. 전통적으로, 국내에서 제2기의 레임덕 현상에 시달리던 미국 대통령들은 국외로 눈을 돌리곤 하였고 그로부터 상당한 성공을 거두기도 하였다. 클린턴 대통령의 아일랜드 평화협정, 레이건 대통령의 냉전종식 등이 좋은 예이겠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에 대한 세계인들의 평가는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그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저조하다.
이제 무능함뿐만 아니라, 무력함까지 겹쳐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이는 부시 행정부에 의존하여야만 하는 미국의 앞날이 걱정된다.
김철회
법정 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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