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국가기밀 누설죄’로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되어 수감과 보호감찰 등 9년 8개월의 영어 생활 끝에 자유를 찾은 로버트 김씨가 6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그는 입국성명을 통해 “나는 스파이가 아니다. 한국정부가 고용한 사람도 아니다. 백 대령과 친분관계에서 출발해 때로는 그의 요청에 의해, 때로는 자발적으로 그러나 아무 대가없이 그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줬을 뿐이다. 미국의 안보를 해칠 의사도 없었으며 정보의 내용도 미국의 국방 및 안보사항은 아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미 정부의 규정을 어기게 됐고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심심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가 체포되던 96년 당시 나는 부산에 살고 있었다. 언론과 정부는 로버트 김 사건을 ‘미국 실정법 어긴 미국인의 문제’라며 발뺌했고 ‘나는 억울하다. 살려달라’며 동포를 향해 외치던 그의 맑은 눈동자를 가슴에 박고도 아무런 힘없는 소시민, 강국에 기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을 한탄했다.
그러던 몇 달 후 길거리에서 ‘로버트 김 살리기 서명운동’을 하는 한 남자를 보았다. 그는 학생도 아닌 양복 입은 회사원이었다. 아무런 구호조차 없이 책상 하나 두고 앉아만 있는 그에게 적지 않은 숫자의 사람들이 서명을 하고 있었다. 대부분이 직장인, 장보러 나온 주부들 그리고 노인들이었다. 그후로도 따로 행동하던 후원회들이 합쳐져 후원회장 김웅진씨를 필두로 3년전부터는 더욱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우선 고국과 재미 한인의 싸늘한 외면속에 더욱 상처받은 로버트 김씨와의 정기적인 통화와 편지로 고국에 대한 믿음을 확인시키고자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생계의 터전을 잃은 그와 그들 가족을 위해 성금과 후원금을 합쳐 작은 집을 마련하였고 김씨가 해군정보국 정보분석가로 계속 근무했다가 가정할 시 받았을 연금과 월급에 해당하는 소정의 금액을 그에게 전달하였다.
재미언론과 한인 사회는 그를 따듯이 맞아주어야 한다. 백 대령과 로버트 김은 한반도의 분단으로 인한 안타까운 희생양들이다. 개인의 이득을 감행한 일도 아니오, 흑자가 말하는 ‘빨갱이’란 표현도 어불성설이다. 본국 누리꾼들 사이에 회자되는 ‘민족의 영웅’이란 표현도 과대 포장된 감이 없지 않다. 비록 미국에선 실정법을 어긴 죄인이나 우리 국민마저 그를 몰라라한다면 그의 영혼의 상처가 얼마나 깊을지 염려스러워 동정하고 다독이는 마음뿐 그 이상도 없다.
2003년 이민 온 후 미국 한인사회에 로버트 김씨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음을 보고 당황하였다. 이웃의 한 백인이 이스라엘은 스파이 짓 한 사람도 영웅 취급 해 주는데 죄의 대가로 수감생활까지 마친 로버트 김씨에게 한인들은 왜 그리 냉담하냐고 의아한 질문을 던졌을 때 난감하고 부끄러웠다. 본국 소시민의 따듯한 품안에서 ‘성원을 보내준 이름없는 국민들에게 감사한다’며 환히 웃던 그의 입국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쉬어본다.
김란주/ 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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