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검증 건의 교수3人 인터뷰
연구를 죽이려는 게 아니라 살리려는 것
피츠버그大·사이언스가 조사할 경우에
서울대 정운찬 총장에게 황우석 교수 논문 재검증을 건의한 소장파 교수 3명은 10일 기자를 만나 “외국에서 나서기 전에 서울대가 나서는 것이 기술 유출을 오히려 막을 수 있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제 논란을 대중과 언론에서 학계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그것이 과학을 과학으로 푸는 길”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요청에 따라 실명을 밝히지는 않는다.
_사이언스가 자료 제출을 요청했고, 피츠버그대가 관련 조사에 들어갔는데 서울대가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서울대가 황 교수 논문을 검증하겠다는 입장을 조속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검증 자체를 서둘러 하자는 것은 아니다. 외국의 경우 수개월씩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일단 입장을 빨리 밝혀야 시간을 두고 차분히 무엇을 어떻게 조사할 것인지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지 않다면 피츠버그대가 이미 황 교수 논문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한 이상 서울대는 앉아서 조사를 당할 가능성마저 있다. 우리 스스로 검증하지 않은 채 데이터만 피츠버그대나 사이언스측에 제출할 경우 오히려 기술이 유출될 수 있고 어떤 결론이 나올지도 모른다.”
_외국 기관에 데이터를 반드시 제출해야 하는가.
“우리나라는 관련 제도가 없지만 미 연방차원에서 통용되는 국립보건원(NIH) 과학진실성위원회 지침에 따르면 데이터 제출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제기된 의혹을 시인하는 증거로 활용된다. 이번에 정 총장에게 건의문을 낸 것도 이러한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었다.”
_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검증을 해야 하나
“실험의 전 과정을 공개적으로 재현한다면 황 교수팀의 극비 노하우가 그대로 노출될 것이다. 일단 미국의 제도를 참고해 이해관계가 없는 엄정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증위원회를 구성해야 할 것이다. 서울대가 줄기세포의 DNA 재검증을 한다고 해도 줄기세포 샘플만 떼어주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황 교수팀의 연구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다. 지장이 있어서도 안 된다.”
_무엇을 어디까지 조사하자는 건가.
“황 교수팀의 모든 연구를 다 뒤집자는 것은 절대 아니다. 문제가 된 것은 2005년 사이언스 논문이며 이와 관련된 조사만 진행하면 된다. 황 교수팀은 복제연구에 있어서 뛰어난 수준을 갖고 있고, 특히 배양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우리 기술을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 조사를 통해 어떤 문제가 발견되더라도 황 교수팀의 연구를 살리기 위한 것이지, 죽이기 위한 것은 아니다.”
_PD수첩이 문제를 제기한 지는 꽤 오래 됐는데 뒤늦게 나서게 된 이유는.
“PD수첩의 문제 제기는 과학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고 이에 대해 반응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최근 황 교수 논문의 줄기세포 사진이나 DNA 핑거프린팅(지문)자료는 전공 교수들이 보기에 명확히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런 논란을 언론과 대중에서부터 학계 안으로 끌어들여야 했다. 결국 서울대가 검증에 나서는 것이 정도라고 판단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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