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무연고 아동등 2천여명 DNA채취 DB화
전국보호시설 점검 가출 치매노인 등 9명 인계
엄마는 잃어버린 아기를 5년 만에 찾았다. DNA 추적 등 경찰의 노력 덕분이다. 하지만 최근 딸을 만난 엄마는 재회의 기쁨 대신 속죄의 눈물을 흘렸다. 엄마는 그 해 가을 7개월 된 피붙이를 제 손으로 버려야 했던 기구한 사연을 털어놓았다.
A(32ㆍ여)씨는 2000년 4월 이혼남 B(47)씨와 동거하던 중 딸을 낳았다. 아기는 팔과 다리가 정상아보다 짧은 중증뇌성마비였다. 빠듯한 살림이었지만 A씨는 딸을 업고 꼬박꼬박 병원을 찾아다녔다. 정식으로 혼인신고를 하고 아기도 호적에 올렸다.
하지만 남편은 도박에 빠져 들었다. 아기의 치료비는커녕 생계를 잇기도 힘들었다. 서울 녹번동 어디에 가면 수녀가 아이를 잘 보살펴준다는 말을 들었다. 아기는 그렇게 이름과 음력생일을 적은 쪽지와 함께 2000년 10월 서울 은평구 서울소년의 집에 버려졌다.
계속 자신의 딸로 남아 있는 호적이 문제였다. A씨는 2002년 어린이날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경찰에 거짓 신고를 했다. 2004년 경찰청은 ‘DNA를 활용한 미아 찾기 사업’을 벌였고, 아기가 장기 미아로 등록돼 있던 A씨의 DNA를 채취해 갔다.
이 달 1일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담당 경찰로부터 곧 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안부 전화를 받은 A씨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A씨는 자신이 아기를 잃은 게 아니라 버렸다는 사실을 실토했다.
아기는 서울시립아동병원에 있었다. 누워서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는 아이는 생명이 위독한 상태다. 하지만 A씨는 남편과 헤어진 뒤 식당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부모네 지하방에 얹혀 사는 처지라 아기를 데려갈 수도 없다. A씨는 통곡만 했다. 영아유기죄에 해당되지만 공소시효(3년)가 지나 처벌은 받지 않았다.
경찰청은 이 달 1~10일 전국 3,400여 보호시설에 대한 일제점검 및 실종아동 수색 과정에서 실종아동 및 가출치매노인 9명을 찾아내 가족에게 인계하고, 무연고 아동 2,000여명과 보호자 10명 등 2,145명의 DNA를 채취해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들어갔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딸을 버린 뒤 허위실종신고를 한 A씨의 경우 외에도 인천의 장애인 수용시설에 있던 정신지체 장애인 C(40ㆍ여)씨 등 2명의 신원을 확인해 보호자에게 인계했다. C씨는 미군과 결혼해 미국에 머물다가 1998년 귀국해 아버지 집에서 지냈다. 하지만 몇 년 전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부터 부랑생활을 하다 수용시설로 오게 됐다.
대구의 한 무의탁 부랑인 시설에 머물던 치매노인 D(51)씨의 신원도 확인했다. 경찰은 주민등록이 없는 D씨의 지문과 DNA 시료를 채취해 가족을 찾아 주었다.
경찰의 이번 집중점검은 이 달 1일 제정된 실종아동 등에 대한 유전자검사 및 유전자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을 골자로 하는 ‘실종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계기가 됐다.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구축된 보호자군 600여명의 유전자와 이번에 채취한 무연고 아동의 유전자를 대조해 보호자 찾기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찬유 기자 jutdae@hk.co.kr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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