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언니는 형부의 고등학교 동창 연말 파티에 가느라 미장원에 가서 일부러 머리까지 하고 예쁜 파티 드레스를 차려 입는 것이 연례 행사이다. 그리고 파티에 다녀와서는 항상 얼마나 파티가 재미있었는지 또 올해는 어떤 경품을 운 좋게 탔는지를 이야기한다.
작년에는 의상쇼에서 ‘베스트 드레서’로 뽑혔다는 등 신나는 얘기를 했었는데 지난주의 동창 연말파티에 다녀와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언니와 형부는 LA에서 30년 이상 산 올드 타이머이고 지난 30년간 형부의 고등학교 동창들은 일년 내내 수시로 골프를 같이 치는 등 선후배 사이가 돈독하다.
그 많은 세월이 흐르고 미국이민까지 와서도 아주 사이가 좋고 잘 운영되던 고등학교 동창회였는데 올해 처음으로 연말파티가 난장판이 되고 나중에는 공포분위기까지 조성돼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와 잠도 한잠 못 자고 흥분하고 분노하고 있었다.
30년만에 처음 발생한 난동의 원인은 언니 말인즉 60대 중반의 선배가 아직도 옛날 한국 고등학교 시절에 하는 식으로 50대 후반의 후배에게 어린애 취급하듯이 ‘야자’ 하는 언동을 쓴 것이었다.
아무리 고등학교 후배라도 이제는 같이 늙어가는 처지이고, 후배도 사회적 위치와 직위가 있는데 애초부터 잘못 되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서로 존경을 보여주어야 할 사실을 망각한 선배가 우선 문제였다.
하지만 더욱 기가 막힌 장면의 연출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점잖은 한국 문화권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감히’ 후배가 술 한잔하고 무방비 상태인 선배의 앞덜미, 뒷덜미를 동시에 잡고 흔들면서 새까만 후배들 앞에서 선배보다 힘이 세다는 과시를 하며 대 망신을 주었다. 원래 좀 과격한 성격의 선배는 알콜도 좀 들어간지라 이성을 잃고 물 컵을 5개씩 바닥에 집어던지면서 깨진 유리조각으로 손에 피가 줄줄 흐르는 것을 보며 심각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기까지 했 다고 한다.
한국을 떠난 지 얼마가 지났건 간에 우리 한인사회는 유별스럽게 대학교 고등학교 동창회는 물론이고 초등학교 동창회까지 연말연시면 모임을 갖는 풍습이 있다. 한국에서 같이 자라난 추억을 동창회를 통해서 소중하게 간직하는 우리 한인들의 끈끈한 정을 느끼면서 매년 신문에 나오는 각종 파티 사진을 보며 무척 긍정적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즐거워야할 연말파티에 폭력이 개입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얼마전 미 전국 TV 아침뉴스에 한국의 국회의원들이 사교육 법안을 다루면서 여성국회의원들은 여성들끼리 밀고 제치고, 남자 국회의원들은 아예 수십 명이 단체로 밀고 치고 받고 하며 격렬한 몸싸움을 하는 장면이 보도되었다. 그때 뉴스 진행자들이 한마디씩 하는 조롱을 들으면서 같은 한국인으로 무척 창피했 었다.
한국이나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폭력의 심각성에 아직도 무감각한 것인가.
어떤 상황이든지 폭력은 금물이다. 아무리 화가 나도, 억울하고 분해도 폭력을 휘두르면 결국 감옥 신세밖에 초래하지 못한다.
선배는 후배를 아끼고 돌보며 이끌어주고 후배는 선배를 모시고 존경하고 깍듯이 대접하는 긍정적이고 귀중한 한국 문화의 전통과 자산이 흐트러지지 않고 이곳 미주 한인 동창회에서 계속되길 바란다.
케이 송
USC 부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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