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직장문제로 그이는 LA에 나와 아이는 애리조나, 투산에 사는 이산가족이 되고 말았다. 평상시 자상하다 못해 곰살 맞기까지 한 남편인지라 그가 없는 자리가 너무 크다.
쓰레기 버리기, 문단속, 불 단속, 빨래, 자질구레한 것들 고치고 붙이고 때우는 일 그리고 청소등 말하기 전에 남편이 다 알아서 해주던 일들이 오로지 내 차지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또래 아이들보다 집안 일과 나를 잘 챙겨주는 편이라 남들한테 칭찬 받는 아들아이인데도 내가 꼭 말을 해야 해주는 것이 가끔 밉기까지 하다.
어제는 LA에서 오는 인편에 남편이 물건들을 보내왔다. 보따리를 풀다보니 코끝이 찡해지면서 남편의 사랑이 그대로 느껴졌다. 내가 좋아하는 현미녹차, 그리고 벌써 두 개나 잃어버린 것과 똑같은 빨간 등산모자, 그리고 따듯하고 편해서 너무 좋다고 했던 벨벳 추리닝 세트와 몇 가지를 싸서 보낸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비싸고 좋은 물건들이어서가 아니라 필요하다고 말해놓고 나는 잊어버린 것들을 받고 보니 그의 사랑과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다. 남편이 빙그레 웃으며 “큰 딸 하나 키운다 생각하며 산다”던 모습이 떠올랐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남편보다 자식이 우선 이다. 나도 어찌하다보니 셀폰 단축 다이얼 1번이 아들이고 2번이 남편이다. 가끔 내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남편의 불만이기도 했다.
“난 당신이 1번인데 당신한테는 왜 난 2번이야?” 하길래 “번호를 입력시키는데 뭐가 잘못 눌러지면서 그렇게 됐거든. 하지만 내 마음은 당신이 1번이지”하며 좀 느끼하게 변명을 했었다.
그런데 요사이 피부로 느끼고 있다. 없어봐야 안다더니 그 말이 진짜 명언이라는 것을.
‘사랑한다’는 말도 잘하는 남편에게 ‘나도’라는 대답조차 인색했던 나 자신이 미안하고 염치가 없음을 느끼며 아들녀석이 나를 생각해준들 남편보다 더하랴 싶으면서 순간 나의 우선 순위가 바뀌었다. 그래, 오늘부터 셀폰 단축 다이얼 1번은 사랑하는 남편이다.
임은형/투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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