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준영 힐리오 마케팅 이사

예전에 한 대학의 연구소장이 출간했던 책 제목이 생각난다. 제목은 좀 고약하지만 나름대로의 논리를 가진 훌륭한 책이었다. 그것은 바로 기업이 망할 수밖에 없는 17가지 이유라는 것이다. 책의 숨은 속뜻을 음미하며 뒤집어 읽으면 하나의 기업이 어떻게 경쟁력을 갖게 되는지 뚜렷한 방법이 나와 있다.
우리 옛말에 쓴 약이 몸에 좋다라는 얘기가 있다. 그것과 마찬가지 이치라고나 할까. 현재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뿐 아니라 자영업 종사자들도 한번쯤은 되새겨 볼만하다고 생각된다. 그가 지적한 기업의 17가지 장애요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약점만 보완하는 땜질 경영, 기회 추구와 편의적 벤치마킹, 단기 차입금에 의존한 덩치 키우기, 나 홀로 경영, 자급자족 고집, 단기업적 급급, 오너의 무능과 비현실적인 낙관주의, 오만방자, 다단계 조직에 따른 의사결정 지체, 남의 탓만 하는 폐쇄적 기업문화, 심각한 부서 이기주의, 부서간 비협조, 과거의 연장선상에서 미래 예측, 지식의 축적 공유 없이 밤샘으로만 때우기, 지나친 원가 경쟁력 우선 등이다.
저자는 성공사례로 스낵의 대명사로 불리는 ‘새우깡’과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잡은 ‘신라면’을 탄생시킨 농심이 핵심역량 강화전략뿐만 아니라 업무 프로세스 혁신에 성공했기 때문에 지금의 위치를 굳혔다고 분석하였다. 또한 과학적인 인사제도 도입과 비전 경영을 통한 끊임없는 체질개선을 성공의 주요 원천으로 꼽았다.
몇 달 전 회사의 최고 전문 경영인이 방문하신 적이 있었다. 평소 그 분의 말씀을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치 않았지만 이번 방문에서 그 분이 말씀하신 것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었다.
기업의 경영자가 목표를 설정하고 추진할 때 항상 자신과 같이 일하는 사람의 말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경영자는 자신이 추구하고자 또는 얻고자 하는 부분을 하위 직원이나 동료에게 강요해서는 안되며 자신이 낸 아이디어를 공유할 때까지 유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겸비해야 하며, 이에 대한 불편함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경영자의 이러한 노력이 현실로 반영되었을 때 하위 직원과 동료는 아이디어를 함께 공유하며 진정 자신의 회사인 것처럼 생각하고 움직여 성공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만약 자신의 아이디어나 의견에 동참하도록 강요한다면 나중에 일이 잘못 되었을 경우, 그 모든 책임은 아이디어를 강요한 윗사람에게 돌아가게 되므로 향후 어떠한 일을 하더라도 꼭 이점만은 명심해 달라고 하셨다.
우리는 환경변화에 민감하고 고객의 반응에 때로는 심각하게 대응하며, 경쟁자들의 조그마한 움직임에도 호들갑을 떠는 경우가 있다. 자신이 세운 경영규칙, 자신에 맞는 운영방법은 자신이 옳다고 해서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가는 사람들에 의해서 비춰지고 보여지는 것이다.
기업의 장애요인을 최고 경영자들의 책임이나 방향성의 문제만으로 돌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리더를 돕고 리더와 함께 더욱 개선된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계속 바뀌는 환경 속에서 다른 기업이 쉽게 흉내낼 수 없는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함은 물론 많은 대화와 명확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상하간의 개방, 네트웍, 그리고 공유경영을 접목시키고 대외적으로 역량을 강화하는 핵심역량 경영을 펼치는 것이 자신의 경쟁력을 키우고 기업의 경쟁력을 키우는 쓴 약이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