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일생을 그린 4복음서 중 가장 오래된 것은 마가복음이라는 게 정설이다. 예수 사후 20~30년 뒤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복음은 가장 짧지만 그 내용은 상당 부분 마태와 누가복음에 토씨 하나도 틀리지 않은 채 들어가 있다. 이 두 복음서가 마가복음을 토대로 작성됐으며 마태, 누가복음의 저자들이 마가복음의 내용을 상당히 신뢰했음을 알 수 있다.
마가복음에 따르면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로 인정받는 것은 그가 서른이 다 돼 요한으로부터 세례를 받으면서부터다. 예수가 세례를 받고 물에서 나오자마자 하늘이 열리는 것을 보았고 성령이 비둘기처럼 그에게 날아왔으며 하늘에서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다”라는 소리가 들린 것으로 돼 있다.
마가복음보다 수십년 후에 쓰여진 마태와 누가복음에 따르면 예수는 태어나기 이전부터 하나님의 아들이었다. 천사가 나타나 동정녀 마리아가 하나님의 아들을 낳을 것으로 예고하는 장면이 있다.
이보다 더 늦게 작성된 요한복음에 따르면 예수는 태초부터 하나님과 동격이었던 것으로 돼 있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고… 말씀은 하나님이었으며… 말씀이 육신이 되었다”는 구절이 그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예수의 신성이 강조되고 앞당겨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예수가 신인가 인간인가 하는 문제는 초대 기독교의 가장 큰 논란거리의 하나였다. 예수의 신성을 부인한 에비온파, 인성을 부인한 마시온파, 신성과 인성을 함께 인정한 원조 정통파 등이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로마를 기반으로 한 원조 정통파가 승리함에 따라 이것이 현재 기독교의 정통 신앙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이 오래된 논쟁이 공전의 베스트셀러 ‘다 빈치 코드’ 등장과 함께 다시 일고 있다. 정통 기독교 교인들이 이 영화의 개봉에 반대하고 있는 주된 이유가 이 소설의 작가가 예수의 신성을 부정, 기독교의 진리를 왜곡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한기총이 영화상영 금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까지 냈으나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지난 수년간 숱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다 빈치 코드’가 영화로 만들어져 오는 19일 개봉된다. 제작사는 영화 내용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고 비평가들에게도 개봉을 불과 2~3일 앞두고 보여주는 등 보안에 만전을 기했다. 영화를 본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소설의 재미를 충분히 살리지는 못한 모양이다.
그러나 재미 여부를 떠나 숱한 압력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개봉된 것은 우리가 아직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상영 반대자들은 이 영화가 진리를 왜곡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뭐가 진리인가는 어려운 문제다. 내가 보기에 진리가 아니라고 이를 주장하는 것조차 막으려는 것은 인류가 오랜 세월 동안 희생을 치르고 얻은 소중한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 된다. 진리는 족쇄가 아니라 토론을 통해 규명돼야 한다. 보다 포용력 있는 기독교의 모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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