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명절이다. 추석 한가위에는 멀리 흩어져 살던 가족들이 그리던 고향집에 모여 둥근 달을 보면서 그 동안 살아온 이야기며 가족간의 끈끈한 정으로 온 밤을 지새운다.
추석 명절의 기원은 삼국사기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신라 유리왕 9년 나라 안 6부의 부녀자들을 두편으로 가르고 두 왕녀를 각각 우두머리로 삼았다. 음력 7월16일부터 한달 동안 베를 짜게 하고 마지막 8월15일 승부의 판정을 내렸다. 진 편이 이긴 편에 음식을 대접하고 회소곡을 부르며 춤과 노래를 즐겼다 한다. 이를 ‘가베’라 칭하였고 이것이 오늘날 ‘한가위’의 ‘가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추석에는 수확기를 맞아 풍년을 노래하고 조상의 덕을 추모하는 제사를 올린다. 태어난 근본을 잊지 않고 조상의 은혜를 생각하며 이웃끼리 인심을 나누며 잔치를 벌이고 즐거움을 같이 나눈다.
매년 고국에서는 추석을 전후해서 민족 대 이동이 이루어지고 한바탕 몸살을 앓는다. 거북이 걸음으로 가지만 그래도 마음은 즐겁기 그지없다. 언제나 그리던 고향 산천과 보고싶은 가족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고향집에서는 차례 상에 놓일 음식 장만에 뜬눈으로 꼬박 새운다. 밤새워 타는 아궁이의 삭정이가 불통을 뛰기며 내어 지르는 소리가 지금도 기억으로 남아 있다.
정지(부엌)에서는 매콤하니 타는 연기가 새어 나오고 대나무 숲에서 재잘거리는 새 소리가 들려 오면 아침이 밝아 온다. 온 가족이 모여 차례를 지내고 아이들을 앞세워 성묘 길에 오른다. 햇곡으로 정성껏 빚은 송편이며 음식들이 올려 지고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절을 한다. 참으로 가족간에 정을 쌓고 뿌리의 근원을 깨치는 산 교육이다.
이민생활의 명절은 서글픔이 배어 있다. 본향을 떠나 타국에 온 사람들의 가슴에는 묵묵히 참고 견디는 문이 하나씩 있다. 하지만 명절 때마다 자기도 모르게 활짝 문이 열리고 한없이 고향으로 달려간다. 귀향의 꿈은 죽는 날까지 지울 수 없을 것 같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했다. 이민생활에 메말라버린 정서가 다시 살아서 한가위 보름달만큼 부풀어졌으면 좋겠다. 올해도 힘들게 흘린 땀방울이 결실을 보아 사랑의 풍요로움으로 추수할 수 있는 알찬 추석이 되었으면 한다.
<안주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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