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에도 평온한 부산 거리.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부산은 북한의 실상을 다룬 영화가 상영되지만 심각한 표정은 느낄 수 없다. 〈AP〉
“외국서 왔어요?”
16일 밤 11시 동대문 의류상가 인근에서 만난 김성호(52·사당동)씨는 북한 핵실험 때문에 불안하지 않느냐고 묻는 기자를 UFO를 타고 나타난 외계인같이 대했다. 이날 오전 한국무역협회가 주최한 LA시장 환영오찬에서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 시장이 “미국은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발언했을 때 박수는 없었다. 참석자들의 얼굴에는 “저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느냐”는 표정이 가득했다.
북한 핵실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북한 제재 결의, 이를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는 북한의 발언 등 초대형 안보 악재는 대다수 한국민들의 관심밖에 있는 먼 나라 이야기 같았다.
지난 1994년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에 이은 국제 원자력기구 탈퇴 때 일부 한국민들이 생필품 사재기를 하는 소동을 벌인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전날 저녁 안토니오 비아라이고사 시장이 참석한 한국무역협회 행사에서 만났던 정수경(여·45)씨는 이런 현상에 대해 “외국에서 보면 난리가 난 것 같지만 막상 한국 내에서는 위기감을 느끼지 못한다”며 “북핵 사태를 반복해서 겪으면서 안보 불감증이 커진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국 한 일간지에 근무하는 중견기자 김모(39)씨는 “역대 정권들이 안보를 정권 유지에 이용해 왔고 특히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대북 포용정책 탓에 국민들의 심리적 안정을 가져왔다”고 말했다. 시민의식 성장으로 북핵이 곧 전쟁이라는 단정을 내리는 사람들이 급격히 줄었다는 것이다.
무관심 이유가 좁은 대한민국 땅 때문이란 사람도 있다. 장충체육관 앞길에서 만난 김재우(58)씨는 “이 좁은 나라에서 핵폭탄이 터지면 남한에만 피해가 오겠느냐. 우리도 죽고 북한 사람도 다 죽게 된다”며 전쟁 가능성은 없다고 단언했다.
같은 지역에서 만났던 이미경(47)씨는 “안 그래도 막히는 길이 전쟁 나면 피난 차량에 더 막힐 것이고, 전방과 후방 구분도 없을 것”이라며 “젊은 사람이 먹고사는 것도 바쁠 텐데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충고를 하기도 했다.
이런 반응들에 대해 LA에서 5년간 거주한 경험이 있는 김승우(38)씨는 “LA 폭동 때 언론 보도를 지켜보던 한국인들은 피해가 일부 지역에 한정된 사실을 모르고 LA 전체가 화염에 휩싸이고 한인들 모두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았다”고 말했다.
미국과 북한간 전쟁은 절대 안 된다면서 김씨는 외국에서 접하던 것과 실제 한국 분위기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차분하고 평온한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북핵에 대해 한국인들이 우려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서울-김경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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