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종 목사(연합감리교회 초대한인감독)
주기도의 세 번째 말은 “나라이 임하옵시며”이다. 우리가 하나님 아버지 앞에 기도로 다가갈 때 주의 이름을 부르고 그 이름에 대한 존경과 영광을 고백한 후 첫 기원이 주님의 나라가 임하시기를 기도하라고 주님이 가르치셨다.
그러면 하나님의 나라가 임한다는 뜻이 무엇이며 왜 그렇게 먼저 기도를 해야 하는가? 신약성서에 하늘나라(Kingdom of Heaven)라는 말과 하나님의 나라(Kingdon of God)라는 말을 교체적으로 쓰고 있다. 이 하나님의 나라라는 말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천당’즉 죽은 다음에 가는 하늘나라라는 말과는 다르다. 물론 영원한 하늘나라라는 개념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그보다 더욱 근본적인 뜻이 있다. 예수님이 전파하신 하나님의 나라(Kingdom of God)는 “하나님이 왕이 되시고 통치하시는 나라”를 의미한다. 그래서 영어에 Kingdom이라는 단어가 ‘남성의 왕’을 말한다고 해서 여성 해방신학에 민감한 서구에서는 왕국이라는 말대신 ‘통치’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말의 ‘나라’라는 말은 남성·여성의 구별이 없어 좋다.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위하여 오셨고 하나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파하셨다. 하나님의 절대통치의 나라는 과연 어떠한 나라일까? 그것은 왕 되신 하나님이 어떠한 하나님이냐 하는 신론(神論)과 직접 연결된다. 그 하나님은 기독교인에게 있어서는 성경에 계시하신 하나님이
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보여주신 아버지 되시는 하나님이다. 창조자이신 전능하신 하나님일 뿐 아니라 인류를 그 아들 예수를 통하여 구원하시는 구속자 하나님이다. 즉 그는 인류를 구원하신 우리의 아버지 되시는 사랑과 정의와 평화의 하나님이시다.
그러한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나라가 임하시기를 기도할 때 우리는 주님의 통치가 우리 생에 임하시기를 기도하며 그러한 절대 통치가 지금 임하실 뿐 아니라 장차 마지막 날에 ‘종말론적’으로 임하시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주님의 기도를 바탕으로 한 기도는 협소한 국수주의나 좁은 이기적인 기도가 될 수 없고 어디까지나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와 화해가 이루어지기 위해 기도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우리 연약한 인간의 기원이 늘 모든 신학적인 개념에 부합되는 기도일 수는 없다. 우리의 괴로
운 인생길에서 올리는 우리의 다급한 부르짖음이 늘 그렇게 질서정연하고 합리적일 수는 없다. 그러나 주님은 “이렇게 기도하라” 가르치시며 참되고 예수님의 제자다운 기도는 우선적으로 하나님의 영광과 거룩하심을 인정하고 주권을 시인하는 태도에서부터 나와야 한다는 말이다. 그것은 기도할 때마다 의식적으로 그렇게 한다기 보다 ‘주님의 기도’가 우리의 생활의 바탕이 되고 신앙의 태도가 될 때 우리의 기도는 주님의 가르치심에 합당한 기도가 될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의 나라’를 여러 가지로 여러 각도에서 가르치시고 설명해 주셨다. 마태복음 13장에는 일곱 가지 비유를 들어서 가르쳐 주셨다. 그리고 누가복음 17장21절에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다”고 말씀하셨다.
이 말씀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즉 하나님의 나라는 우리 속에 내재한다는 뜻이요 또는 ‘우리들 가운데’ 즉 우리들 사이에, 우리 공동체 안에 그리고 우리 사회에 임재 한다는 뜻이다. 나는 최근 뉴욕장로교회에서 공연한 정성산 감독의 뮤지컬 ‘요덕스토리’를 볼 기회가 있었다. 북한 함경도 요덕군 제15호 정치범수용소에서 일어나고 있는 처참한 현실을 뮤지컬로 만든 브로드웨이의 ‘레미제라불’을 방불케 하는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나에게 있어서 그 작품의 하이라잇은 그 처참한 형편에서 부르는 각색된 주기도문이었다.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은 안주셔도 좋사오니 용서를 베풀어 주옵소서. 주님 남조선에만 임하지 마옵시고 북조선에도 오시옵소서. 이 요덕수용소에도 오시옵소서...” 이 얼마나 기막힌 현실적인 부르짖음인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도 주님의 나라가, 사랑과 정의와 평화의 통치가 임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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