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코앞에 닥아 온 때였다. 공화당이 한창 코너에 몰리던 판인데 큰 악재 하나가 또 터져 공화당 관계자들을 경악시켰다. 미국 복음주의연합회(NAE) 회장 해거드 목사의 동성애 성추문 사건이었다. 매스 미디어들은 그가 마약도 구입했다고 보도했다.
복음주의연합회는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도운 결정적 조직이었다. 3천만명이 넘는 회원을 가진 이 기구가 보수주의 기치를 내 건 공화당과 부시를 전폭적으로 지지했었다. 그것은 공화당의 동성결혼 및 낙태 반대정책이 복음주의 신앙노선과 맞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건이 터지게 되었다.
처음에는 단순한 정치적 음모로 생각했다. 가정과 교육문제 상담자로 유명한 답슨 목사조차 결코 모략에 굴복하지 말라며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그러나 결국 명백한 사실이었다. 그래서 해거드 목사는 복음주의연합회 회장직과 자신이 설립한 1만4,000명 규모의 새생명교회(콜로라도)를 즉각 사임했다.
이 일로 낭패를 본 것은 공화당만이 아니다. 목사들 모두가 또 한 번 큰 피해를 입었다. 그런 못된 목사들 때문에 성직자의 정직도는 간호사, 수의사, 엔지니어보다도 더 낮은 7위로 떨어졌다는 게 최근의 여론조사 결과이다.
게다가 복음주의자들 얼굴에 먹칠을 해 놓았다. 복음주의라면 루터, 칼빈, 웨슬리의 종교개혁을 이어받아 성경중심, 그리스도중심, 구원중심, 선교중심의 네 가지를 강조하는 신앙노선을 뜻한다. 청교도들의 전통도 이어받아 수준 높은 도덕성을 견지하기에 힘쓰고 있다.
그런데 해거드 목사가 튀긴 먹물을 전 세계 복음주의 교회들과 대부분의 한인교회들이 뒤집어 쓴 셈이다.
이런 때에 김요셉 목사가 지은 ‘삶으로 가르치는 것만 남는다’는 책을 읽고 산속 옹달샘을 마시는 것 같은 시원함을 느꼈다. 김요셉 목사는 한국의 원로 목사인 김장환 목사가 미국부인과 결혼해서 낳은 첫 아이이다.
이 책은 40대의 김요셉 목사가 수원에서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겪었던 혼혈아로서의 쓰라린 경험을 교육적 시각에서 담아 놓고 있다. 미국에서 기독교교육학을 공부하고 지금 수원중앙기독초등학교 교목으로 사역하고 있는데 그 초등학교는 기독교 교육을 목표로 정부의 인가를 받은 최초의 초등학교라 한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참다운 교육은 무엇인가, 참다운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유머와 웅변으로 제공하고 있다. 삶으로 가르쳐야만 하고 다른 사람을 삶으로 가르칠 수 있는 인생을 사는 것이 참다운 인생길이라는 외침이다.
이 책을 해거드 목사가 읽었더라면 그처럼 타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잔소리 끓여 붓는 것을 교육으로 착각하는 부모들, 성경을 지식으로만 가르치기에 여념이 없는 교회 학교 교사들, 천사처럼 설교하면서 악마처럼 생활하는 목사들, 그런 함량미달의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이 책의 외침을 경고의 나팔소리로 들어야 할 것이다.
<이정근> 목사·유니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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