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을 열면 세상이 보인다’
▶ 「호모 엑세쿠탄스」
인간을 표현하는 여러 가지 말이 있습니다. ‘생각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이야기할 때는 ‘호모 사피엔스’, ‘도구를 사용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이야기할 때는 ‘호모 파베르’, ‘놀이를 좋아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이야기할 때는 ‘호모 루덴수’, ‘정치적인 존재’로서의 인간을 이야기할 때는 ‘호모 폴리티쿠스‘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호모(Homo)는 인간을 뜻하는 학명이고 뒤에 붙는 말은 라틴어입니다.
‘처형하는 인간’이라는 뜻을 가진 ‘호모 엑세쿠탄스’도 있습니다. 보다 정확한 뜻은 ‘처형을 하나의 특성으로 삼는 인간’입니다. 최근 한국에서 이 이름의 제목으로 책이 출간된 바 있습니다(이문열, 「호모 엑세쿠탄스」, 서울: 민음사, 2006). 저자는 이 책의 서문에서 “나는 이 작품을 통해 구원과 해방에 개입하는 초월적인 존재와 그 힘을 「사람의 아들」이후 25년 만에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살펴보려 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책은 지나치게 정치적이라는 이유와 저자의 정치적 성향이 가파르게 보수우파의 논리에 기울어 있다는 이유로 저자와는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들에 의해 외면(?)당하고 있는 책입니다. 그래서 작가는 “소설가가 소설을 써놓고 제발 소설은 소설로 읽어 달라고 간청해야 하는 고약한 시대가 되었다고”고 하소연(?)합니다.
인간이 인간을 처형할 수 있을까요? 법 논리에 따르면, 사형에 해당하는 죄를 지은 자는 당연히 처형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법 논리를 따지기 이전에 인간은 인간을 수 없이 처형하며 살아 왔습니다. 개인이 개인을 처형했던 것은 물론 국가와 국가 사이의 전쟁은 적대 관계에 있는 인간들을 합법적이며 공개적으로 처형해 왔습니다. 역사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고대사를 떠 올릴 것도 없이 가깝게는 2차 세계 대전과 한국전, 그리고 월남전과 그 이후 중동과 아프리카, 발칸반도, 동남아시아 곳곳에서 벌어졌던 인종분쟁을 통하여 우리는 그와 같은 사실을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이해하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정부는 20만 명이 넘는 주변국 여성들을 강제 동원하여 군 위안부로 삼았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지금도 살아있는 피해 당사자들에 의하여 생생히 증거 되고 있는 역사적 사실입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 같은 사실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3월 13일에는 호주의 총리가 일본정부를 향하여 ‘구차스런 변명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력하게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이 문제를 거론되고 있는 것은 관련 당사자들을 ‘처형’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다만 사실에 대한 진실한 사과를 요구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는 커녕 이런 저런 변명을 일삼는 일본정부의 모습은 참으로 보기 민망합니다. ‘군대와 정부 차원의 강제 동원에 대한 증거가 없다‘는 주장은 범죄자가 증거를 대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과 같습니다. 인간의 구원은 인간이 먼저 회개할 때 주어지는 것입니다.
회개 없이는 구원도 없습니다. 구원 없는 인간에게 주어져 있는 것은 오직 처형하고 처형하는 인간의 본성뿐입니다. 처형했던 인간이나 정부가 처형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하루 속히 일본정부는 위안부 관련 피해자들과 관련 국가들에게 진실이 담긴 사과를 발표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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