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인대학생 조승희군은 두개의 권총을 들고 버지니아주 블랙스버그에 있는 버지니아텍에서 32명의 학생과 교수를 쏘아 죽이고 스스로 자살했다. 두명은 기숙사에서 나머지는 약 2시간뒤 엔지니어링 빌딩에서 죽었다.
이 가공할 사건은 미국대학 역사상 최대의 집단살인었고 대학과 그 지역사회 뿐만 아니라 미국사회 전체와 세계인들 모두에게도 너무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특히 범인인 조군이 8세에 이민온 한국학생에 미국영주권자라는 사실은 한국인들과 한인사회에도 엄청난 충격이었다.
이 사건을 재미한인사회와 한국인들의 이미지에 먹칠을 했고 한국의 이미지와 위상을 추락시킨 비극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특히 ‘집단의식’이 강하고 나라의 대외적인 이미지에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이런 인식이 더 심각할 것이다.
물론 이런 인식이나 생각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번 사건이 하나의 개인적인 문제라는 생각이고 문제의 초점이 범인의 개인적인 정신병에 맞춰져야 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미디어의 사건분석과 해설을 보더라도 이런 관점이 잘 나타난다.
조군은 한국에서의 어린 시절부터 말이 없었으며 우울증을 보이고 이상한 행동을 했다. 미국에 와서도 그의 이런 성격은 변하지 않고 점점 더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정신과 의사들과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는 ‘정신분열증’ 내지 ‘편집증’을 앓고 있었다. 이런 환자에게는 자주 현실과 망상이 혼돈되고 환각의 세계에 집착하는 성향이 나타난다. 시간이 지난 감에 따라 이 증상은 점점 악화(degerative) 된다고 한다.
그러나 요즈음은 이런 병이 고쳐질 수는 없어도(incurable) 약물로 치료는 될 수 있다(treatable)고 한다. 치료를 적절히 받으면 이런 증상의 환자들도 대개 정상적인 생활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면 조군의 부모들이 일찍 그에게 전문적인 진단과 치료를 받게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갖게 된다.
보도를 보면 조군은 미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도 말이 없고 동료학생들과 교사들에게 인사도 하지 않고 전혀 교제가 없었다고 한다. 더구나 그의 이상한 행동 때문에 다른 학생들로부터 놀림을 받고 따돌림을 당하고 외톨이가 되었다. 어떤 때는 선생님이 무엇을 읽으라고 해도 막연히 눈을 내리 깔고 있었다. 선생님이 독촉을 하면 더듬거리며 기어드는 목소리로 무엇인가를 이야기했다고 한다.
물론 교정 밖에서도 그의 우울증과 외톨이 같은 태도는 마찬가지였고 대학에 들어와서도 변함이 없었다. 그의 룸메이트들이 그가 입을 열고 서로 교제할 수 있게 하려고 애썼으나 모두 실패했다고 한다. 어떤 영어작문시간에서는 그가 쓴 글이 너무 이상해서 담당교수가 학교당국과 경찰에 보고해 조치를 취하도록 강력히 건의하기도 했다. 또 여학생을 스토킹한 혐의로 두번이나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자살할지도 모른다는 보고를 받은 경찰과 학교당국은 정신병원에서 그를 검사하게 조치했다. 그 결과 그는 정신병자(mentally ill)라는 판정을 받았다. 지난 2005년 12월이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이번 조군의 집단살인 사건은 그 동기가 개인적인 정신병이다. 재미한인들과 한국사회가 국가의 이미지와 관련하여 지나치게 반응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민자로서 열심히 살아 가는게 중요하다. 그러면서도 자녀들의 이상한 행동이나 태도, 병적인 또는 의학적인 문제에 늘 관심을 기울이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되겠다.
이번 사건으로 미국 정치계, 법조계, 교육계등 사회전체가 총기규제를 법제화 하는데 공동의 노력을 할 수 있기 바란다. 헌법에 보장된 일반국민의 총기소유 권리와 자유는 시대 흐름에 따라 그리고 사회현실에 따라 개정되어야 한다. 조군 참사가 이런 논의를 한층 더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이성형 애팔라치안대 교수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