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 국제적으로 망신살이 뻗쳤다.
지난달 보스턴 마라톤 대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던 한인 남성이 호텔 주차장에서 부인을 폭행하다 체포된 것이다. ‘스포츠맨 십’을 그 어느 것 보다도 요구하는 인내의 스포츠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이 말이다. 그 폭행 정도가 얼마나 심했는지 살인미수와 배우자 폭행, 살상무기에 의한 폭행 등의 혐의가 부과됐다.
한인 남성들의 여성 폭력이 국제적으로 이슈가 돼 망신을 당한 것은 비단 이번 일 뿐만이 아니다. 이미 해가 두 번이나 지났지만, 결혼한 지 12일 만에 파경을 맞은 이찬·이민영 사태를 잊을 수 없다. 더욱 더 충격이었던 것은 그에 대한 네티즌들의 댓글이었다. “여자가 맞을 짓을 했겠지” 혹은 “오죽하면 남자가 때렸을까”라는 일부 댓글이 올라왔던 것이다. 임신한 배우자를 뺨을 때리고 발로 걷어 찬 상황에서도 ‘맞을 짓’을 했다면 괜찮다는 것인가.
미국에서는 설령 상대방이 ‘맞을 짓’이 아니라 그보다 더 ‘심한 짓’을 했다 치더라도 사람 사이, 특히 부부나 연인, 가족 사이에 폭력이 오고가는 것은 법으로 엄격히 금지한다. 부모라 하더라도 마음대로 자식을 때릴 수 없는 것이 인권을 존중하는 미국의 법이다.
백의민족이라는 한인들이 타 인종에 비해 가정폭력이 난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이를 암묵적으로 허용하는 문화다. 가장 일반적인 예로, 한인들이 즐겨보는 드라마를 보면 남성 주인공이 안하무인격으로 폭력을(혹은 그와 비슷한 과격 행동을) 일삼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문제는 대부분 상당히 ‘멋있게’ 미화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커피 프린스’에서는 주인공 한결(공유)이 사랑하는 여인(그는 남자인 줄 알았다) 은찬(윤은혜)이 자신을 속여 왔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배신감과 분노를 못 이겨 벽에 밀고 소리 지르는 등 과격행동을 휘둘렀다. 애잔한 음악이 이어졌고, 정작 은찬조차 전혀 분하거나 억울한 표정이 아닌, 오히려 ‘나는 잘못을 했으니 맞아도 싸다’는 표정이었다.
‘명품 드라마’라며 골수팬들을 만들어냈던 ‘90일, 사랑할 시간’에서도 착해 빠진(?) 남편(윤희석)이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져 이혼을 언급하는 부인(김하늘)의 뺨을 때리는 장면이 나온다. 사랑하는 아내를 잡기 위해 때릴 수밖에 없었던 지고지순한 남편의 모습은 많은 청취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문제는 대부분의 한인들이 이런 장면에서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혹은 ‘안타까운 마음에 저럴 수밖에 없다’는 동정심을 느끼며 그런 남성 주인공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남성 주인공들이(악인을 제외하고) 여성 등장인물에게 폭력을 행하거나 책상을 뒤집어엎고, 거울을 깨는 등의 모습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미주 한인사회내 근절되지 않는 독버섯 같은 범죄를 꼽는다면 가정폭력이다. 사소한 손찌검만으로도 철창신세를 질 수 있는 미국 사회임을 기억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자녀들에게 가정폭력의 위험성을 일깨워야 한다. 드라마를 보면서도 부모들의 지도가 필요한 것 같다.
홍지은
특집 1부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