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 테너플라이 한인 가정집에서 지난 16일 발생한 3명의 일가족 살인사건의 용의자 최강혁(32)이 ‘도박광’이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알려지면서 뉴욕 한인사회에 만연한 도박의 심각성이 또 다시 조명되고 있다.
불경기가 오래 지속되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속출하다보니 도박을 마음과 정신의 위로를 얻는 피신처로 삼거나 일확천금을 꿈꾸는 한인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도박은 자신은 물론, 가족과 주변인까지 몰락으로 이끄는 가정파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에 뉴욕·뉴저지 한인사회에서 이처럼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본보는
한인사회 도박 실태를 재점검하고 대책을 강구해본다.
잦은 도박으로 이미 한 차례 이혼 경력이 있는 40대의 한인 A씨. 인터넷 채팅으로 만난 두 번째 부인 B씨는 자녀 2명을 데리고 미국에 건너오면서 한국에서 재산을 처분하고 가져 온 7만여 달러를 고스란히 남편 A씨에 믿고 맡겼다. 그러던 어느 날 B씨는 자신의 재산 중에서 5만여 달러가 이미 사라진 것을 알게 됐고 남편을 추궁하는 과정에서 남편이 도박장을 출입하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사기결혼을 했다는 생각에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마음을 겨우 가라앉히고 남편을 달래가며 도박을 끊게 하려 했지만 자신의 과거가 폭로되면서 남편은 오히려 더욱 포악하게 변해갔다. 결국 새로운 출발을 꿈꿨던 B씨는 미국에 온지 얼마되지 않아 수중에 돈 한 푼 남지 않은 빈털터리가 되고 말았다.
한때 도박에 빠졌다가 단도박 모임에 나가며 도박중독 치료에 노력했던 C씨. 하지만 도박의 유혹을 끝내 뿌리치지 못한 C씨는 집에서 돈을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자기 다리를 자기 손으로 부러뜨렸고 치료비 명목으로 주위 사람들로부터 돈을 융통해 결국 도박장으로 향했으나 모두 잃고 말았다.
그런가하면 부인이 힘들게 벌어온 아파트 임대료를 받아서 도박 비용으로 날린 D씨, 병원에 입원한 아들의 치료비를 도박으로 탕진한 E씨, 한국에서 수십 년간 단도박 모임을 이끌었던 F씨도 새로운 결심으로 미국에까지 건너왔지만 유혹을 끊지 못하고 요즘 다시 도박장을 출입하고 있다.
단순한 즐거움의 차원을 넘어서 상습적으로 뉴저지 애틀랜틱시티나 커네티컷 폭스우드 등 카지노를 를 찾는 중증 한인들도 많지만 요즘에는 뉴욕과 뉴저지 한인 밀집지역을 중심으로 하우스 도박이 갈수록 성행하고 있다.
하우스 도박은 일반 가정주택과 아파트는 물론, 한인업소에서도 만연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에는 플러싱의 한 2층 사무실에서 불법 도박을 하던 한인 남성 4명이 화재 진압을 위해 출동한 소방관을 도박단속반으로 착각해 2층에서 뛰어내리다 골절상을 입는 웃지 못할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업소의 영업이 끝난 뒤 동료들과 삼삼오오 모여 심심풀이로 시작한 것이 점점 판돈이 커지고, 차츰 상습적인 도박으로 변해가는 것도 요즘 쉽게 접할 수 있는 한인사회 도박의 형태다.
수년간 단도박 모임을 운영해 온 가정문제연구소의 레지나 김 소장은 “평범한 가정주부에서부터 전문직 종사 한인에 이르기까지 도박은 연령불문, 직업불문으로 빠르게 번져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하우스 도박은 내부 고발자가 나오지만 않는다면 경찰의 수사망을 얼마든지 피할 수 있기 때문에 음지에서 계속 커갈 수밖에 없는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것. 연구소에는 특히 지난해 연말부터 하루 2~3건 꼴로 요즘 거의 매일이다시피 도박 중독 상담 의뢰가 접수되고 있다. 연평균 도박 상담건수의 절반 이상이 지난해 11월과 12월에 집중됐을 정도다.
레지나 김 소장은 “도박에 빠져들면 처음에는 자기 수중의 돈과 신용카드로 판돈을 해결하지만 이후로는 주변 사람들에게 온갖 거짓말을 하며 사기를 치게 되고 그러다가 돈 구하기가 어려워지면 도둑이나 강도짓도 마다치 않는다. 도박 중독자는 돈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아무런 가책도 없이 충분히 살의도 품을만하다”고 도박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연도별 뉴욕한인사회 도박 상담 의뢰 현황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2007
105건 151건 152건 160건 195건 145건 165건 179건
▲자료출처: 가정문제연구소
<이정은 기자> julianne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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