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김수현 극본의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가 한참 인기를 얻고 있다.
엄마의 마음을 어쩜 그리 잘 표현했는지, 모든 엄마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엄마가 뿔이 나는 것은 아이의 인생이 생각대로 되지 않을 때인 것 같다.
여자들은 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면서부터 자신만을 위한 인생에서 누군가를 위한, 가족을 위한 무조건적인 인생을 살게 되기 때문이다. 모성 본능은 만들어진 관념이라며 여성학 공부를 하던 때에 목소리를 높였던 나조차,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 예전에 했던 말들을 주워 담고 싶게 된다.
늘 잠꾸러기였던 나는 아이를 낳은 후 새벽에 일어나 내 생활의 모든 스케줄이 바뀌는 것을 감당했다. 뿐만 아니라 아이를 안고 먼저 먹이다보면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지나기도 했다. 아이가 몸에 안 좋은 음식을 먹으려고 하거나 행여 먹게 되면 누구보다 화가 나기도 한다.
지금 미국, 한국의 엄마들이 뿔이 단단히 났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때문에 가족을 위해 마음 바쳐 몸 바쳐 고민하는 엄마들이 참을 수 없다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성명서 발표, 방송 토론프로에 직접 전화걸기, 미국 주부모임의 리번 달기, 그리고 생활비에서 쪼개어 낸 모금으로 신문광고까지 낼 정도이다.
문제가 있는 것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옳은 일이지만, 사람들은 내게 피해가 오지 않는다면 상관없다는 생각으로 대부분 조용히 넘어가고 싶어 한다. 나만, 내 식구만 안 먹으면 그만이지, 설마 내가 걸리겠어… 하는 소극적이고 자기방어적인 생각이 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들은 그렇지 않다. 내 아이가 어딘가에서 문제가 있는 음식에 노출된다면… 하는 생각만 해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특히 한국 사람이 즐겨먹는 푹-고은 탕이니 각종 내장류는 더욱 광우병 물질을 함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데, 누가 내 아이에게 그런 음식을 주고 싶겠는가.
더욱 주부들을 흥분시키는 것은 미국에서 식용으로 금지하고 있는 일정 개월 이상의 소 내장부분이 한국으로 수출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음식 취향에 따른 차이라고 덮을 수는 없는 문제이다.
사람들이 분노하는 것은 이 부분이다. 물론 지금 광우병 사망 사례가 있느냐, 미국에서는 3명뿐이었다, 대부분 영국에서 사망자가 나왔다는 식의 접근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욕심이다. 언제 발생할지도 정확히 모르고, 약도 없고, 예방책도 없는 문제를 ‘설마’로 덮을 수 있는가.
성과주의, 결과주의가 낳은 졸속행정으로 지금 한국의 가족들이 시청 앞으로 뛰어나가고 있다. 이런 행동을 좌경, 공산주의로 모는 일부 시각이나, 다시 등장한 물대포와 시위대, 경찰과의 난투극은 시간을 거꾸로 돌려놓은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엄마 마음을, 김밥을 말아 집회현장에 나서는 마음을, 정책 결정권자들은 보지 못하는 것일까.
“대한민국은 주식회사가 아니라 민주공화국입니다” “이 광고는 정직한 언론을 지지하는 마이클럽 회원들의 모금으로 이루어졌습니다”는 한국의 한 무가지에 나온 광고. 엄마들이 쌈짓돈을 모아 작금의 사태에 일침을 가했다.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멀리서 촛불을 듭니다-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이제 한국 걱정 좀 그만하게 해 주세요-캘리포니아에서 상은” 등 한국의 한 일간지에는 미주 한인 주부들의 모금광고가 실렸다. 전문 광고인보다 훨씬 절실하고 진실한 엄마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다.
가족 걱정, 나라 걱정 때문에 뿔난 이 엄마들의 목소리들. 누가 이 엄마들의 뿔난 마음을 해결해 줄 것인가.
유정민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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