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짱’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얼굴이 잘 생기거나 예쁘면 ‘얼짱’, 근육질 몸매이면 ‘몸짱’, 인간성 좋은 사람은 ‘성격 짱’이라고 한다.
요즘 많이 쓰기는 하지만 나의 학창 시절에도 ‘짱’이라는 말은 있었다. 친구들 사이에서 싸움을 잘하거나, 공부를 잘해 인기가 많은 친구를 가리켜 ‘짱’이라 칭했다. 일종의 두목, 혹은 리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크든 작든 모든 집단에는 리더가 있고 많은 사람들이 리더로 살아가고 있다. 작게는 가정의 리더로, 크게는 나라와 세계를 움직이는 경제적, 정치적 리더로 살아간다. 가정의 리더는 가장, 학교의 리더는 교장, 회사의 리더는 회장, 군대의 리더는 대장, 교회의 리더인 목사는 당회장으로 칭한다.
그렇다면 각 집단을 이끌어 가는 참 리더는 어떤 사람일까? 리더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생각할 때면 나는 나의 아버지를 떠올린다.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이라는 말처럼 아버지는 집안을 이끄는 가장이자, 지휘자로 리더 역할을 했고, 나 역시 지금 아버지와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다.
아버지의 별명은 ‘작은 거인’ 이었다. 아주 어릴 때엔 그 별명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학창 시절을 보내고 음악을 전공하면서, 비로소 ‘작은 거인’으로서의 아버지의 모습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지휘봉을 흔들 때 뿜어져 나오는 열정, 오케스트라 단원들을 사로잡는 위엄은 지금 내가 따라하고 싶어도 아직은 흉내 내기 어려운 것이다.
과거 세대의 리더십이란 능력과 권위가 우선 되었던 것 같다. 강한 카리스마이다. 우리에게 너무도 유명한 베를린 필하모니의 지휘자 카라얀이 지휘자들의 존경과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건, 음악적인 실력과 카리스마를 겸비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우리 집에 걸려 있던 사진 속의 카라얀은 지휘봉을 들고 눈을 지긋이 감고 있었다. 이발소에서도, 심지어 다방에서도 볼 수 있었던 그 사진 속의 카라얀은 어린 나까지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강한 무엇이 있었다. 한마디로 그는 지휘계의 ‘짱’이었다.
완벽주의자였던 그는 훌륭한 음악성을 타고 난 바탕에 끊임없는 노력과 함께, 독일 나치의 정치적인 힘까지 등에 업고 세계적인 지휘자로 성공했다. 그래서였을까? 세계적 수준의 음악인으로만 구성된 베를린 필의 단원들은 그를 ‘두목’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의 한마디가 곧 법이었고, 거역할 수 없는 무엇이었던 것이다.
그런 그가 그의 오른팔이었던 오케스트라 악장에게 저격을 당할 뻔한 사건은 그래서 더 충격적이었다. 얼마나 미움이 컸으면 그런 일을 저질렀을까? 총으로 카라얀을 위협한 그 악장은 물론 철창신세를 졌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도자가 왜 이런 어처구니없고, 창피한 대우를 받아야 했을까 다시한번 생각하게 만든다.
한때 한국에서 베스트셀러였던 ‘따뜻한 카리스마’라는 책을 읽은 기억이 난다. 어떤 조직이든 리더의 역할이 중요시 되면서, 과연 현대에 어울리는 그리고 조직의 구성원들이 원하는 리더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 하는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결론은 권위와 힘을 내세운 카리스마가 아닌, 따뜻한 카리스마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제목이 말해주듯 우리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의 매력을 ‘따뜻한 카리스마’란 달콤한 키워드로 풀어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현대 사회가 원하는 리더의 모습이 아닐까 다 시 한번 생각해 본다.
우리의 자녀가, 동료가, 부하직원이, 그리고 국민이 원하는 참 리더는 무조건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려는 모습이 아니다. 때론 신문을 덮고, TV를 끄고 가족들을 향해 다정하게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아버지, 따뜻한 밥 한 그릇을 앞에 두고 나눠 먹으며 긴 이야기 할 수 있는 상관, 국민의 작은 이야기에도 귀 기울일 수 있는 국가의 리더, 사람들은 그런 따뜻함을 원하고 있는 것 아닐까?
앤드루 박
피아니스트·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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