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부산에서 가톨릭 영세를 받았다. 영세명은 ‘유스토’(Justus·의로운 자). 그러나 대선 후보 시절 “하느님을 믿느냐?”는 고 김수환 추기경의 질문에 “희미하게 믿는다”고 답했다. “왜 확실하게 믿지 않느냐?”고 되묻자 잠시 고개를 떨구더니 “앞으로 종교란에 ‘방황’이라 쓰겠다”고 말했다. 이미 고인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야기다.
하나님께 대한 믿음은 막연히 생기지 않는다. 그 분의 책인 성경을 통해야 한다. 만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선입견을 버리고 성경을 쭉 탐독했더라면 어땠을까. 아마도 그의 오랜 방황에 일찌감치 큼지막한 종지부를 찍었으리라.
성경은 언뜻 보기에 너무 투박하다. 아주 특이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미리 양해를 구하거나 믿어달라고 애원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툭 하니 던져놓고 만다. 출애굽기나 하박국, 스가랴 같은 책 이름은 또 얼마나 생소한지(나는 한때 출애굽기를 ‘도자기를 잘 굽는 무슨 신통한 비법이 담긴 책’인 줄 알았다).
하도 양식이 다양해 어느 장르에 넣을지도 애매하다. 딱딱한 법 조항이 있는가 하면 눈물 섞인 시도 있다. 민족과 개인의 스토리를 담은 역사가 있는가 하면 편지도 있고, 미래 사건을 예언한 묵시도 있다. 고전문학이기에는 기적들이 너무 많고, 진지한 역사서에 넣자니 가끔 끼어드는 ‘전설의 고향’ 같은 뉘앙스가 걸림돌이다. 그래서 안티 기독교인들이 한마디로 딱 잘라 ‘신화’라고 몰아붙였나 싶다.
누가 유교를 창시한 공자의 논어를 신화라고 우기겠는가. 불교의 불경, 힌두교의 베다나 우파니샤드, 이슬람교의 코란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유독 성경만은 반응이 별나다. “해 나와라, 뚝딱!” 식의 말씀을 통한 창조, 온 땅 모든 사람을 뒤덮은 대홍수, 바싹 마른 땅을 사이로 두 쪽 난 바다 이야기가 버젓하다. 또 처녀의 몸에서 난 예수라는 사람은 죽은 자를 살리고, 물 위를 걸어 다니며, 죽어서는 무덤에서 다시 살아났단다. 누가 봐도 미심쩍을 만하다. 물론 성경 속의 여러 기적들은 수천 년 동안 벌어진 일들 가운데 구원 이야기에 꼭 필요한 사건들만 한데 모은 것이다. 시간의 길이로 따지면 사실 그리 많다거나 다른 신화들처럼 남발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상식에 들어맞는 유익한 교훈에다 오묘한 감동마저 곁들인 여느 종교서들에 비해 확실히 성경은 너무 튄다. 그토록 유명하고 흔한 책이면서도 호락호락 속내를 보이지 않는다. 인류사에서 수많은 똑똑한 사람들이 이 책 하나에 걸려 넘어졌다.
인류 최대의 고전이자 최장수 베스트셀러, 바이블(Bible)의 어원이 파피루스(papyrus), 곧 종이(paper)일 만큼 고대로부터 존재한 독보적인 권위의 책으로 성경을 한껏 추켜세워 온 것은 오히려 너무 섣부른 ‘환대’였는지 모른다. 하나님의 존재가 그러하듯, 성경 역시 죄다 거짓말이 아니면 전부 다 사실이라고 봐야만 제대로 정체가 밝혀지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죄악과 고통과 죽음의 뿌리를 속 시원히 캐내고 싶은가. 그래서 진정 인생의 모든 방황에 하루라도 빨리 종지부를 찍고 싶은가. 성경에 대한 그간의 오해나 선입견부터 일단 훌쩍 벗어 던지라. 삶의 참뜻을 찾는 마음 가난한 이들에게만 은밀히 자신을 드러내시는 분, 바로 그 하나님을 만나 뵐 출입구 안으로 선뜻 첫발을 내딛게 될 것이다. ‘주의 말씀은 내 발에 등이요 내 길에 빛이니이다’(시 119:105).
안환균 <남가주사랑의교회 전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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