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엔 비둘기가 자주 등장한다. 이 땅에 평화를 가져오신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고 물에서 올라오실 때에 하늘이 열리고 성령이 비둘기 같이 내려 왔다고 쓰여 있다. 그래서인지 비둘기는 순결, 성스러움, 평화 등 긍정적인 의미로 두루 사용된다.
필자가 받은 선물 중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이 바로 비둘기 한 쌍이다. 사기로 만든 비둘기여서 값이라고 해봤자 요즘 돈으로 20달러 조금 넘을 듯싶다.
가까운 친구로부터 비둘기 선물을 받은 지가 올해로 꼭 30년이다. 그러니 비둘기가 내 이민생활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그리고 묵묵히 지켜본 셈이다.
사무실에서도 눈에 제일 잘 띄는 곳에 이 비둘기 세트를 진열해 놔 매일 최소 한 차례는 눈을 맞추게 된다. 가끔 속이 상할 때는 말을 걸어보기도 한다.
“애써 도와줬는데 뒤에서 내 험담을 늘어놓다니…”하고 쳐다보면 어느새 비둘기가 물고 있는 초록색 잎사귀가 크게 다가온다.
“아 그렇지, 모두 내 탓인데 지금 남을 원망하고 있네”하며 흐트러진 마음을 추스리기도 한다. 평화의 상징인 올리브 가지와 평화의 메신저인 비둘기가 나를 나무라고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분노와 미움이 가라 앉아 마음의 평정을 되찾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평화는 남을 미워하거나 탓할 때 깨진다는 것을 이 비둘기 한쌍을 통해 절실히 깨닫게 됐다. 남들에겐 하찮은 장식품 정도로 보일 테지만 내겐 비둘기 한쌍이 값으로 따지지 못할 만큼의 큰 무게를 지니고 있다. 친구는 그래서 나에게 성탄절 선물로 비둘기를 보냈던 것 같다.
요즘은 선물의 의미가 많이 퇴색한 것 같아 씁쓸해지기도 한다. 택배로 보내거나 심지어 백화점 선물카드를 우송하는 경우도 흔하다. 카드금액에 맞춰 갖고 싶은 선물을 알아서 고르라는 것이어서 때로는 돈이 더 들어가기도 한다.
“예전엔 값을 떠나 고마움이 가득 담긴 선물을 했는데…” 세태가 바뀌었는지 아니면 정성이 부족한 것인지 푸념이 절로 나오게 된다.
받아서 고맙고 줘서 흐뭇한 그런 선물은 없을까 생각을 해보다가 언젠가 신문에서 읽었던 ‘나눔의 선물’이 떠올랐다. 선물 받을 사람의 이름으로 자선단체에 기부금으로 내고 그 영수증을 대신 선물로 보내자는 캠페인이다. 우리 주변엔 한인단체 뿐만 아니라 적십자사나 빈곤아동을 돕는 국제구호기관 등 재정적인 도움이 필요한 기관이 적지 않다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돌잔치, 칠순잔치 등 누구에게나 소중하고 값진 날이 있다. 새해에는 이런 날 ‘나눔의 선물’을 하면 더욱 뜻 깊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아이 돌잔치에 금반지 대신 ‘나눔의 선물’을 보낸다면 그 아이는 평생 그 영수증을 보관하며 이웃돕기에 힘쓰게 될 테니 얼마나 값진 선물인가. 또한 아이의 이름으로 장학금을 주는 단체에 기부를 한다면 더욱더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나눔을 통해서 느끼고 이뤄진다는 평화. 30년 전 비둘기를 선물해 내게 평화의 소중함을 일깨워 준 그 친구가 새삼 고맙기만 하다.
유분자 / 소망소사이어티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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