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여배우들’에는 20대부터 60대까지 각 세대를 대표하는 여섯 명의 여배우들이 등장한다. 누군가의 대타로 섭외된 게 아닌지 찜찜해하는 60대 윤여정, 나이 들어서도 여자로 살고 싶은 50대 이미숙, 섭외 1순위로 꼽혔을 30대 중반의 최지우와 40대를 지천에 둔 고현정, 그 어떤 옷도 소화해내는 20대 후반 김민희, 그리고 날씬한 김민희의 옷이 들어가지 않아 시무룩해진 20대 초반 김옥빈이다. 패션 화보 촬영을 위해 모인 이들이 메이컵 아티스트와 스타일리스트에게 스스로를 맡기는 순간, 예상치도 않았던 일종의 컴플렉스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20대의 김민희와 김옥빈은 외모보다는 불투명한 미래를 고민한다. 그러나, 30대를 훌쩍 넘긴 다른 여배우들의 고민은 보다 구체적이다. 피부미인 고현정은 얼굴이 작아 보이는 메이컵을 강조하고 단체 촬영을 할 때 맨 뒤에 선다. 최지우는 분장실 거울과 테이블 등 자신의 주변을 닦고 또 닦으며 결벽증을 보인다. 윤여정은 출연료가 깎일 때면 ‘난 피부가 나쁘니까’라고 자위한다고 푸념한다. 어떻게 해서든 노화를 늦추고 싶은 이미숙은 몰래 비타민부터 챙긴다. 당대 최고의 여배우일지라도 건강하고 아름다운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것은 마찬가지라는 소리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에게서 요즘 뭘 했기에 이렇게 중년 여성들이 노화 방지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이 상상을 초월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토록 영원한 젊음을 꿈꾸는 시대 얼굴 세포를 젊게 만드는 제품이 나왔다면 그 반응은 어떨까.
한번 노화된 피부 세포가 무슨 수로 다시 젊어지느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현대 의학이 그것을 가능하게 한다면. 제대로 된 자극과 휴식, 적절한 영양 공급만 이루어진다면 세포는 적어도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끊임없이 새롭게, 즉 젊게 재생된다고 한다면.
최근 뷰티업계의 핫 이슈는 줄기세포 화장품이었다. 피부 속 줄기세포의 손상을 막고 약화된 줄기세포의 기능을 활성화시켜 건강하고 아름다운 피부로 만들어 준다는 컨셉이다. 물론 의약품과 화장품의 모호한 경계와 허용 여부를 두고 지난 한해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과대광고금지 처분으로 일단락됐다.
그리고 지난해 말 “안티 에이징 게임은 끝났다”고 선언한 화장품이 나타났다. 바로 ‘에이지락’(ageLOC)이다. 지난 10년 간 과학계에서 진행된 인간게놈연구를 기반으로 YGC(Youth Genes Cluster)를 지속적으로 활성화시켜 피부 스스로 젊은 상태를 계속 기억하고 유지시킨다는 컨셉이다. 말 그대로 에이지락을 쓰는 순간부터 더 이상 늙지 않는다는 것. 모두가 꿈꾸는 영원한 젊음의 시대가 찾아왔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아닌가 싶다.
하은선 / H 매거진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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