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을 겪으며 유실됐던 것으로 추정되는 한국 역사 최초의 지폐 ‘호조태환권’ 10냥짜리 원판(사진)이 60년 만에 뉴욕에서 발견됐다.

퀸즈 플러싱에 거주하는 고미술수집가 윤원영씨는 5일 “고종 30년(1893년) 호조(현재의 재무부) 산하의 태환서에서 제작한 호조태환권의 10냥짜리 원판 앞면을 지난달 11일 미시간주 옥스포드 소재 미드웨스트 경매장에서 구입했다”며 본보에 단독 공개했다.

윤씨가 공개한 원판은 가로 6.25인치, 세로 3.75인치에 무게 1.25파운드 동판 재질로 제작돼 있다. 오른쪽 면에 보이는 약간의 부식 흔적을 제외하고는 보존상태가 매우 양호한 편이다.

앞면 상단에는 한문으로 ‘호조태환권’, 하단에는 ‘대조선국 정부전환국제조’라고 새겨져 있으며, 중간 부문 양 옆으로는 ‘호조태환서’라고 돋을새김(양각)돼 있다. 또 가운데에는 ‘십냥’이라는 글자와 함께 ‘이 환표는 통용하는 돈으로 교환하는 것이다’라고 새겨 태환 지폐임을 명시하고 있고, 하단 양 옆으로 ‘이 환표는 위조나 변조한 자 위조와 변조를 알고 통용하는 자 있으면 엄형 처단하리라’라는 경고문구가 담겨 있다. 또 지폐 장식문양으로 조선의 왕실을 뜻하는 세 발톱을 가진 용 두 마리와 꽃들이 정교하게 조각돼 있다.

윤씨는 한국의 화폐 전문가들에게 사진을 통해 감정을 의뢰한 결과, 진품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호조태환권은 50냥, 20냥, 10냥, 5냥 등 모두 4종류가 제작됐으나 현재 50냥짜리 원판만 한국은행 화폐 박물관에 보관돼 있을 뿐 나머지 3종류 원판은 행방이 묘연한 상태였다.


<뉴욕-김노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