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태어난 2세, 당시 부모국적 한국이면 이중국적자
해외동포사회 “행정 편의주의...납득 어렵다”비난 봇물
“한국에 출생신고도 안한 2세들을 이중국적자라며 병역소집을 한다니, 말도 안 됩니다.”
“한국 호적에도 없는 2세들에 난데없이 국적이탈을 하라니 이게 무슨 황당한 말입니까?”
미국에서 태어난 2세라 해도 출생 당시 부모의 국적이 한국이었다면 선천적 이중국적자로 분류, 병역 대상자가 된다는 보도(본보 3월21일자 미주판)가 나간 후 후폭풍이 거세다.
본보와 워싱턴 총영사관 등에는 문의전화가 줄을 잇고 있으며 항의성 메일도 둑 터진 듯 쏟아지고 있다.
한국 국적법에 따르면 미국에서 태어났어도 출생 당시 부모가 한국 국적(영주권자 등)을 갖고 있었다면 한국에 출생 신고를 하거나 호적에 이름을 올리지 않아도 자동으로 한국 국적을 갖게 된다.
워싱턴 총영사관 강필호 영사는 “한국 국적법은 부모가 한국인이면 속인주의에 따라 그 자녀도 자동으로 한국 국적자로 분류한다”며 “출생신고는 행정절차일 뿐이라 한국에 신고를 않고 호적에 이름을 올리지 않아도 복수 국적자가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 국적법에 따르면 미국에서 태어난 대부분의 한인 2세들이 선천적 이중국적자로 분류된다. 문제는 2세들이 본인도 모르게 ‘선천적 이중(복수) 국적자’가 돼 한국의 병역 징집 대상자가 된다는 것. 만약 병역의무를 면제 받으려면 18세가 되는 해 3월 말까지 한국 국적 이탈을 신청해야만 한다.
한국 정부가 이처럼 호적에도 없는 2세 미 시민권자들에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중(복수)국적을 부여하고 국적이탈이란 번거로운 절차를 둔 사실이 알려지자 비난이 터져 나오고 있다.
10대 청소년 아들을 둔 A모씨(게이더스버그)는 “한국 정부가 행정 편의주의에 따라 멋대로 2세들에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자식들에게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워싱턴한인연합회 최정범 회장도 “2세들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엄연한 미국인”이라며 “한국 정부가 부모의 국적을 자식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하는 불합리한 제도는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인탁 변호사(애난데일)는 “미국 법에 따르면 미국에서 출생하면 미국 시민일 뿐이지 부모가 어느 나라 사람인가는 고려사항이 아니다”며 “태어난 사람의 의사에 상관없이 외국 시민을 자기 국민으로 간주하는 건 한마디로 웃기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24일 낮 우래옥에서 열린 미주한인회총연합회장 선거 김재권 후보와 한인회장단 간담회에서도 선천적 이중국적 부여제도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허인욱 전 메릴랜드 한인회장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자식을 지난해 모국의 원어민 영어교사로 보내려하다 병역 문제가 우려돼 포기했었다”며 “이는 한국의 정치인들이 해외동포들은 안중에 없이 대충대충 법을 만들어 시행하는 바람에 생기는 문제”라고 공박했다.
버지니아 한인회 홍일송 회장은 “2세들에 치명적인 이런 법이 있다는 걸 아는 해외동포들이 얼마나 있겠나”며 “정부가 홍보도 제대로 하지 않고 지구촌 시대에 해외에서 자란 2세들을 모국 법으로 제약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홍 회장은 이어 “선천적 이중국적 제도로 피해를 입는 2세와 부모들이 있어선 안 되며 한국 정부와 정치권이 스스로 문제점을 파악해 해결해야 한다”면서 모국과 해외동포사회의 갈등을 조장하고 분리시키는 이 같은 악법의 조속한 개정을 촉구했다.
법률 전문가들은 선천적 이중국적제가 미국법과 충돌하거나 집단소송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하며 조속한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남선우 변호사는 “많은 2세들이 모국에 장기체류를 하거나 경제활동을 하는 요즘 2세들에 징집명령을 내린다면 당사자들의 소송은 물론 한미 간에 외교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이 무리한 법을 개정하거나 한미간 협약을 맺어 문제발생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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