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U 학생들이 애난데일 한인타운 찾은 이유는
“어이, 친구 괜찮아?”
“정말 아프지 않아?”
1일 낮 애난데일의 김형건 한의원. 30명의 남녀 대학생들이 발목이 아파 침을 맞는 한 친구를 둘러싸고 걱정스레 물었다. 학생들은 한의원 내부가 신기한 듯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처음 맡아보는 한약 냄새에 낯선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또 김형건 한의사가 침을 놓는 진료장면도 지켜보며 한의학의 신비함에 매료됐다.
이날 한의원을 방문한 대학생들은 제임스메디슨(James Madison) 대학교의 한국사 수강학생들. 한 학기에 단 하루 있는 한국문화 답사 프로그램을 위해 워싱턴의 코리아타운을 찾은 것이다.
마이클 세쓰(Michael Seth) 역사학과 부교수의 인솔로 애난데일 나들이를 온 학생들은 가장 먼저 한국일보를 찾아 한인신문이 제작되는 과정을 지켜봤다. 학생들은 최근 한일간 첨예한 이슈가 되고 있는 독도 영유권 문제에도 관심을 표하며 궁금한 점을 쏟아냈다.
이어 한인마트, 서점, 빵집, 떡집, 당구장, 노래방, 가구점, 한복집, 민예품 상점 등을 차례로 돌아보며 한인들의 생활상을 눈으로 익혔다. 또 점심은 한강식당에서 불고기를 들며 수저 사용법과 한국식 식탁 예절 등을 배우는 시간도 가졌다.
마이클 세쓰 교수는 “한국사 수강학생들에게 한국문화를 알 수 있도록 학기 중에 1일 답사를 해오고 있다”며 “그동안 DC 의회 도서관내 한국관, 윌슨 북한문제 연구소, 스미소니안 프리어 미술관 등 연구소 위주로 찾았는데 이번에는 학생들이 생활문화 체험을 원해 한인타운 견학을 오게 됐다”고 말했다.
버지니아 해리슨버그에 위치한 제임스 메디슨 주립대에 한국사 과목이 개설된 건 2000년. 세계 비교사와 동양사를 가르치는 마이클 세쓰 교수가 98년 부임해 매 2년마다 봄 학기에 한 차례 전교생 선택과목으로 한국사를 개설한 것이다.
한국사 클래스는 발전사 사례추적 보다는 국가와 민족의식, 경제발전과 산업화, 가족과 여성문제 등 주제식 강의와 토론식으로 이루어진다. 처음에는 학구적이면서도 쉽게 읽힐만한 영문 교재가 없어 논문이나 한국 이슈 관련 자료 등을 짜깁기 식으로 발췌해 가르쳤다 한다.
그러다 세쓰 교수가 직접 교재를 집필해 ‘한국의 교육열’을 시작으로 ‘한국 전근대사’ ‘한국 현대사’ ‘한국통사 합본’을 발간했다. 지난 학기에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북한학’을 한 학기 선보여 호응을 얻기도 했다.
수강생들의 대부분은 일본이나 중국 관련 전공자들. 세쓰 교수는 “미국의 지방대학에서, 필수 과목인 미국사와 세계사 이외에 특정 타국의 역사나 문화를 학점 이수까지 하면서 배우려는 학생들은 아직도 소수파에 속한다”며 “한국사를 수강하려는 학생들에게 꼭 그 이유를 묻는데 최근에는 북한과 김정일에 대한 소문을 듣고 온 학생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한인 2세 학생들도 35명 정원 중에 1-2명 섞여 있는데 이들은 미국학생들 만큼이나 한국 역사와 문화에 대해 모르는데다 배울게 많아서 선택한다고 한다. 또 ‘태극기 휘날리며’ 엽기적인 그녀‘등 자막 처리된 한국 영화를 봤었거나 ‘K-pop‘이라는 용어를 인터넷에서 접해본 학생들도 있다.
처음 한국사를 접하게 됐다는 에밀리 가든 양은 “한국의 현대사를 배우며 남북한은 똑같은 민족이 똑같은 문화유산을 갖고도, 서로 다른 정부와 정책과 결정을 택했을 때 어떻게 그토록 상반되는 결과로 발전되는지 독특한 사례를 보여준다.”며 “악의 축이 아닌 북한 정부의 태도에 대한 보다 공정한 이해가 필요함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마이클 세쓰 교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한국의 단일민족, 한글 사용, 조상숭배와 제사 풍습 등을 배우며 중국과 일본의 지류가 아닌 다른 독자적 문화를 가졌다는 걸 처음 알게 된다”며 “수강 후에는 한국은 미국이 좀더 배워야 할 나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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