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단지 죽음이 왔을 때 그 옆에 있고 싶지 않을 뿐이다.” 죽음을 피하고 싶은 우리의 본능을 잘 표현한 영화감독 우디 앨런의 말이다.
유산상속 변호사로 많은 유언장을 작성했고, 많은 유언장을 보았다. 그런 경험을 통해 보면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피하려 하지만, 사실상 아이러니컬하게도 죽음이 삶을 여는 열쇠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고 죽는다. 누군가의 비석에 새겨진 출생일과 사망일 사이에 있는 하이픈(-) 표시는 그가 무엇을 남기기 위해 살아갔는가를 말하여 주는 상징이다. 탄생과 죽음의 두 날짜 사이에는 우리가 걸음마를 배우고, 단발머리 소녀시절을 보내고,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하고,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기르고, 그 아이가 장성하여 결혼을 하고 다시 아이를 낳는 것을 바라보는 긴 인생의 여정이 있다.
상속 변호사로 일하면서 이런 긴 여정을 다 마치지 못하고 불치병에 걸려 아직 어린 자식을 두고 죽음을 준비해야 하는 억울한 40대 초반의 엄마도 만났고, 자식이 먼저 세상을 뜨는 가슴 터질 듯한 슬픔을 견디어 내는 사람도 보았으며, 힘든 이민생활 속에 가족여행 한번 가보지 못한 채 아등바등 살다가 은퇴를 바로 앞두고 강도에 피살되는 어이없는 마지막도 보았다.
그러나 어떠한 죽음을 맞든지 공통점은 주어진 인생을 어떻게 썼는지에 따라 죽는 순간 우리가 남기고 갈 것들이 정해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이민와서 새 땅에 뿌리 내리고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 이유는 더 많은 기회를 얻어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그 삶 속에서 만들어진 열매를 다음 세대에 남기고자 함이다. 그리하여 자손들이 나의 어깨를 딛고 더 크고 높은 곳을 향해 쭉쭉 대나무처럼 뻗어나가길 바란다. 그렇기 때문에 ‘남기는’ 문제는 중요하다.
그러면 무엇을 남기고 가야 하는가? 사람들은 남기는 문제를 돈 문제로 국한하려 한다. 유언장을 언급하면 “나는 돈이 없어서 유언장이 필요 없어요” 라고 반응한다. 그러나 많은 상속 케이스들을 보면 유산의 의미는 단지 돈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것은 삶의 방식을 남기는 것, 나의 가치를 남기는 것, 한마디로 나를 남기는 것이다.
유산을 많이 남긴 백만장자의 죽음 뒤에 그것을 가지고 싸우는 젊은 배우자와 전처소생의 자녀들을 보면 그는 돈을 남기는 데는 성공했지만 ‘화목의 유산’을 남기는 데는 실패했다. 조그마한 식당을 딸에게 물려주며 식당을 찾는 손님들에게 무조건 반찬도 듬뿍, 밥도 듬뿍 주어야 한다는 말을 남긴 소박한 과부어머니는 ‘관계의 유산’을 생각하게 한다.
스스로의 죽음을 미리 생각해 보는 것은 무섭고 으스스한 일이 아니라 의미있는 일이다. 한손에는 삶을 들고 한손에는 우리가 그렇게 갖고 싶어 하는 돈을 들고 죽음이라는 렌즈로 들여다보면, 돈과 성공, 행복의 실체를 알게 된다. 그리고 풀릴 것 같지 않은 복잡한 삶의 문제들이 저절로 제자리를 찾게 된다. 후회 없는 삶을 위해 죽음 들여다보기를 두려워하지 말자.
박영선/ 유산상속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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