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화제 / 40년 중식당 ‘대를 이어 경영’
▶ 미국서 태어나 UC서 공부한 장남 조셉씨 왕덕정 사장 도와 본격 가업잇기 참여 “타인종 공략, 세계적 식당 브랜드 키울 것
2대 경영에 나선 용궁 식당 왕덕정 사장(오른쪽)과 아들 조셉 왕씨가 한인타운내 최고의 중식요리를 계속 제공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 <장지훈 기자>
40여 년간 LA 한인타운에서 중식당을 경영하며 한인사회의 크고 작은 행사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등 커뮤니티 봉사에 앞장서온 ‘용궁’ 왕 덕정(62) 사장. 그의 얼굴에는 요즘 미소가 가득 차 있다. 큰 아들 조셉(33)씨가 아버지를 도와 식당경영에 참여한 것이 바로 그 이유다.
지난해 10월부터 식당 매니저로 일하기 시작한 조셉씨는 원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식당을 경영할 계획이 없었다. 어렸을 때 잠시 아버지를 도와 일을 해보며 식당 근무가 얼마나 힘든가를 느꼈기 때문이다.
조셉씨는 “누구나 어렸을 때 돈이 필요하잖아요. 중학교 때인가 새 차도 사고 싶고 용돈도 벌고 싶어 잠깐 식당에 나와 웨이터 보조 일을 했다”며 “하지만 너무 힘들고 재미도 없어서 식당 경영은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왕사장 역시 한국에서 중식당을 했던 부모 밑에서 성장한 탓으로 자녀들만은 요식업에 종사하지 않기를 바랐다. 왕 사장이 자녀들에게 다른 분야를 권한 가장 큰 이유는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며 남들처럼 일할 때 일하고 놀 때 함께 노는 삶을 살길 원했던 것.
왕 사장은 “요식업의 경우 휴일이나 주말처럼 남들이 쉴 때 더 바쁘며 평범한 생활하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며 “식당 경영을 하다 보면 친구들과 어울릴 시간이 없고 남들보다 항상 더 외로운 것 같아 자녀들에게 권하고 싶지 않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UC리버사이드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원하는 직장을 찾지 못해 다시 용궁에서 매니저로 일하던 조셉씨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언어였다.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그에게 한국어로 의사소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셉씨는 “식당에서 일하던 어느 날 갑자기 한 할머니가 ‘수저’를 달라고 했는데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자 막 화를 냈던 기억이 난다”며 “1년 정도 일했지만 언어적 장벽으로 결국 다시 식당일을 그만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식당일을 그만둔 그는 자신의 꿈을 찾아 하와이로 갔고 요거트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에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았다. 조셉씨는 “당시 현지의 비싼 물가로 인해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1년 정도 하고 접었다”며 “이후 일식당에서 서빙을 하는 등 하와이에서 좀 더 많은 경험을 쌓다가 아버지 식당을 이어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처음으로 돌아갈 순 없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큰 결심을 했고 한국행을 택했다. 타지에서 식당일을 하며 아버지가 걸어온 힘들고 외로운 길을 이해하게 된 그였기에 무엇보다 한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싶었던 것이다.
한국에서 영어강사를 하며 한국어를 배우고 있던 그에게 이번에는 왕사장이 도움을 요청했다. 지난 2010년 말 오랜 식당 경영으로 인해 지친 왕 사장이 아들에게 미국으로 돌아와 달라는 부탁을 한 것이다.
왕 사장은 “다른 업종과 달리 식당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저마다 제각각인 손님들의 요구사항을 사전에 파악해 필요한 것을 먼저 제공하는 ‘눈치’”라고 강조하며 “미리 손님 입장에서 생각해 먼저 필요한 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학습이 아닌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왕 사장에게 아들은 아직 한참 부족하기만 하다.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한 65점쯤 주고 싶다. 그래도 왕사장에게 아들 조셉은 가장 든든한 파트너다. 얼마 전 LA시 당국과 수개월간 끌어왔던 문제를 조셉씨는 1주일 만에 해결하는 능력을 보였다.
왕사장은 “이민 1세들의 경우 영어실력이 부족해 가끔 시 당국과의 행정문제에서 의사소통에 어려운 점이 있지만 미국에서 자란 조셉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더라”며 “어리기만 한 아들이 이렇게 옆에서 도와주는 모습을 보며 참 대견하고 기특하기만 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왕사장은 아들의 달라진 태도가 여간 만족스럽지 않다. 밤 11시가 넘어 퇴근을 하면 이전처럼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날 식재료 준비 및 영업을 위해 일찍 잠을 청한다. 그동안 즐겨 했던 볼링과 농구 등 취미생활도 잠시 접고 식당 경영에만 집중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아버지 곁으로 돌아온 만큼 조셉씨도 아직은 배우는 것이 우선이다. 조셉씨는 “지난 3개월을 돌아보면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경영학을 전공해서 그런지 아이디어도 많고 용궁의 발전을 위해 여러 가지 시도해 보고 싶지만 일단 아버지 밑에서 차근차근 배워나가는 것이 목표이다”고 말했다.
왕 사장은 “한인타운내 대형 식당들의 경우 인프라가 잘 되어 있지만 이민 1세들이 경영을 하다 보면 언어적인 것은 물론 타인종들의 트렌드를 놓치는 경우가 잦다”며 “많은 한인 식당업주들이 자녀들의 경영 참여를 원하지만 생각보다 쉽지는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아버지와 자주 대화하고 조언도 듣는다는 조셉은 아버지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다고 말한다. 왕 사장 역시 조셉의 경영에 대한 열정이 자랑스럽고 흐뭇한 표정이다.
“요즘 한식 세계화가 큰 이슈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인들을 상대로 한 중식도 중요하지만 타 커뮤니티 사람들에게 인기있는 매뉴를 계속 개발해 용궁을 세계적 브랜드로 키워보고 싶은 것이 우리 부자의 큰 목표입니다”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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