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운동회를 할 때마다 제일 인기 있는 종목은 줄다리기이다. 남자건 여자건, 어른이건 어린이건 모두 나선다. 으싸 으싸 하는 소리가 울리면 공원에 나온 다른 인종들도 몰려들어 자기들도 한판 하겠다고 나선다.
그런데 미주한인 교회와 한국 교회 사이에도 줄다리기 게임이 심심하지 않게 벌어진다. 목사를 줄로 삼은 줄다리기이다. 주로 초대형 교회끼리의 경기 같지만 중소교회들 사이에도 상당히 많다.
“왜 미주 한인교회에서 쓸 만한 목사는 모두 한국행입니까? 목사님들조차 큰 교회를 출세의 기회로 생각하는 모양이죠?” “아니, 우리 교회 부임할 때 뼈를 이곳에 묻는다더니 한국의 큰 교회에서 오라니까 냉큼 떠나버리네요. 도대체 왜 소명을 헌신짝 버리듯 합니까?” 등의 질문을 여러 번 받았다.
‘쓸 만한 목사들은 모두 한국행’이라는 표현이 거슬리는 건 ‘그럼 남아 있는 목사들은 쓸 만하지 못하다는 거요’ 하는 생각 때문이다. 비록 ‘모두’는 아니더라도 그런 사례가 상당히 많은 것은 사실이다. 최근에도 몇 건 있었다.
은퇴 뒤 한국에 가서 1년 여를 머물며 미주에서 목회하던 이들과 교분을 가졌다. 그런데 이런 만남을 통하여 몇 가지 흥미로운 것들을 발견했다.
우선 양쪽 교회가 줄다리기를 했던 그 ‘줄’ 목사는 대부분 남가주 출신들이라는 점이다. 심지어 대형교회에서 세습 목회를 하는 아들들도 남가주에서 실습 목회를 거쳤다. 그리고 뉴욕 등지의 목회자들도 남가주에 와서 몇 년간 수련을 받고 한국 교회의 호출을 받는다.
그런 이유가 무엇일까. 남가주는 ‘서울특별시 나성구’라고 할 만큼 미국이면서도 한국의 정서가 강하다. 미국적 목회 지도력을 체득했으면서도 한국 교회 목회현장에 가서 연착륙할 수 있다는 뜻이다. “버터 냄새는 덜 나고, 김치와 된장 냄새가 아직 좀 남아 있다”는 말들을 한다.한국 교회 토종 목사들은 여전히 군대 사령관 스타일의 지도력을 가졌다. 반면 미주에서 유학하고 이민사회 목회를 체험한 사람들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개방적 지도력과 조화를 이룰 줄 안다. 그런 점에서는 1.5세 목사들까지도 한국의 대표적 교회 담임목사로 청빙되고 또 성공적으로 사역하는 것이 대견스럽다. 한편 뉴욕 등 미국의 타지역 목회자들은 한국 교회와 갈등의 폭이 더 넓단다.
또 다른 특징도 있다. 한국에서 초대형 교회를 이룩한 목회자들은 미주 한인교회 사역에서 대부분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그 교회 출신으로 이민 온 신자들만 해도 상당히 큰 교회를 이룰 것 같지만 막상 조기 은퇴하고 미주 목회를 시작했다가 체면만 구기고 사라진 사례들이 있다. 그만큼 한국 교회의 토종 지도력은 미주한인 교회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미주한인 교회들이 목사 줄다리기 게임에서 한국 교회에 참패했더라도 비참해질 필요는 없다. 한국 교회를 위하여 좋은 지도자를 양성하는 사명도 얼마나 값진 것인가. 그런 점에서는 한국으로 전임해 가는 목회자들을 축복해 보내는 것이 아름다운 신앙의 도리 아닐까.
목회 전반전을 미주에서 성공적으로 치FMS 이들이 후반전은 한국에 가서 더 큰 열매를 맺도록 기도할 일이다. 아마도, 다시 미주에 돌아와 연장전이라는 뜻 깊은 사역을 할 수도 있으리라.
이정근/ 목사·미주성결대 명예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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