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고준희씨의 가족들이 24일 추모모임에서 영정 앞에 꽃을 놓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모친 고규재씨, 부친 고천용씨, 형 고준석씨, 숙부 고강수씨. <이은호 기자>
물에 빠진 친구 구하고 실종 고준희씨 4주기
현장 찾은 가족들“잊지 않아 주셔서 감사”
“암도 아들을 잃은 것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죠. 준희의 살신성인 정신을 모두가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24세의 꽃다운 나이에 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려고 차가운 바다에 뛰어들었다가 파도에 휩쓸려 실종된 후 아직까지 생사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고준희(영어명 제임스ㆍ본보 2008년 2월26일자 보도)씨의 어머니 고규재씨의 말이다.
4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도 어머니 고씨와 가족들은 숭고한 희생정신을 보여준 그를 기리기 위해 그가 영웅적인 행동으로 삶의 마지막 순간을 불살랐던 바로 그 자리에 모인다.
24일은 고준희씨가 실종된 지 꼭 4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지난 2008년 2월24일 친구와 팔로스버디스 해변을 찾았던 고씨는 실수로 바닷물에 빠진 친구를 구해냈지만 자신은 결국 거센 파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말았다.
팔로스버디스 시정부는 고씨를 기리기 위해 지난 2009년 사고 지점에 추모비와 기념 벤치를 세웠고, 고씨의 가족과 지인들은 매년 이 자리에 모여 그의 희생정신을 기억하고 있다. 이날 추모모임에는 고씨의 부친 고천용씨와 모친, 한국에서 온 숙부와 고모, 외삼촌 등 친지와 지인 등 20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고씨 가족에게는 사고 이후 하루하루가 다르다. 4년이라는 길다면 긴 시간이 흘렀지만 준희씨가 아직까지 옆에 있는 듯하다. 그저 살신성인 정신으로 친구를 구하고 떠난 것만이 그저 이들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을 뿐이다.
부친 고천용씨는 “정부에 사망신고를 하려해도 실종된 지 5년이 지나야 가능해 그마저도 안 된다”며 “그래서 최소 내년까지는 아들 유품을 간직하려 한다”고 애써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모친 고규재씨는 아들을 잃은 후유증으로 인해 지난해 갑상선암이 발병했다. 그러나 고규재씨는 나머지 가족만큼은 끝까지 남아 준희씨의 정신을 알려야 하기에 의지력으로 병을 이겨냈다고 한다.
고규재씨는 “아들, 동생을 잃은 나머지 가족에게 자기까지 떠난다면 안 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남은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이를 이겨냈다”고 말했다.
사고 지역을 거의 매일 찾아 기념비를 정돈하는 고천용, 고규재씨 부부는 이 일대 주민들에게는 유명인사다.
고천용씨는 “주민들이 그저 벤치에 앉아 준희를 기억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며 “특히 아들과 같은 나이인 84년생 청년들을 접하게 되면 남다르다. 지금까지 준희를 기억해 주시는 한인들이 있기에 힘이 난다”라고 말했다.
<이종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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