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취재 - 은행 세이프 디파짓 금고 직접 가보니
세이프 디파짓 박스는 은행 직원과 고객이 각자 소지한 별도의 열쇠를 동시에 넣고 열어야 오픈된다(왼쪽 사진). 한미은행 윌셔지점의 조이 김 오퍼레이션 매니저(왼쪽)가 세이프 디파짓 박스 이용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이은호 기자>
지난 1일 새한은행 플러튼지점에서 일어난 인질극은 은행 지점 내에 마련된 세이프 디파짓 박스(safe deposit box)에“넣어둔 현금이 사라졌다”고 주장하는 고객과“책임이 없다”는 은행 간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세이프 디파짓 박스 운용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본보는 2일 한미은행의 협조로 한미은행 윌셔지점의 세이프 디파짓 박스 금고를 직접 방문, 운영 및 관리 실태를 취재했다.
금고 안 2명 겨우 서 있을 공간
은행 물품 종류 확인 못해
■세이프 디파짓 박스 금고 출입절차
세이프 디파짓 박스는 대형 철제 도어가 육중한 은행의 안전금고 안에 설치돼 있어 엄격한 확인과정을 거쳐야만 출입이 가능했다.
1. 본인 확인: 고객이 사전에 발급받은 키를 소지하고 은행을 방문, 금고를 관리하는 담당직원에게 금고 입장을 요구하면 이 직원은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때 직원은 고객에게 포토 ID를 요구하고 이 포토 ID를 자신의 책상 옆에 있는 단말기에 스캔을 한다.
스캔을 하면 단말기 화면에 고객정보와 금고 번호 등의 정보들이 출력돼 본인여부를 확인한다.
이때 본인 확인 정보와 입력시간 등이 세이프 디파짓 박스 개설 당시에 오픈된 고객의 전산 시스템에 자동으로 입력된다. 그러므로 이 전산시스템의 정보만 출력받으면 고객의 입·출입 정보를 한 눈에 알 수가 있다.
2. 금고 입장: 본인으로 확인이 되면, 담당직원이 고객을 금고로 안내한다. 금고 출입문 앞에는 폐쇄회로(CCTV) 카메라 3대가 앞과 뒤, 옆에 설치돼 있어 누가 출입했는지 기록된다.
강도 등 특별상황 외 분실보상 규정 없어
키 분실 땐 은행관계자 등 3자 입회 교체
금고 안은 3면이 크고 작은 디파짓 박스로 설치돼 있고 고객과 직원 2명 정도가 겨우 설 수 있는 50~70스퀘어피트(약 1.5~2평) 정도로 좁다. 한미은행 윌셔 지점의 경우 약 400여개의 금고가 설치돼 있다.
3. 금고 오픈: 금고는 2개의 잠금장치가 나란히 설치돼 고객 소지용 키(왼쪽)와 은행이 보관하고 있는 은행용 키로 오픈할 수 있다. 고객과 직원이 각자의 키로 잠금장치를 해제해야만 오픈할 수 있다. 어느 한 쪽의 키라도 없으면 절대 열 수 없다.
4. 박스 오픈: 고객은 금고를 오픈한 후 금고 안에 있는 박스를 꺼내서 바닥에 내려놓고 다시 금고를 고객과 직원의 키를 이용해 금고문을 닫는다. 고객은 자신의 물건이 담겨진 박스를 갖고 CCTV가 설치돼 있는 출입문으로 나온 후 출입문을 다시 잠근다. 고객은 출입문 옆에 별도로 마련된 방에 박스를 갖고 혼자 들어가 개인 용무를 본 후 다시 박스를 갖고 나와 직원을 부른다. 직원은 이때 근처에서 고객의 용무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고객이 용무를 마치면 다시 금고 안으로 들어간다.
5. 금고 잠금: 고객과 직원은 처음 금고를 오픈할 때와 같은 방법으로 두 개의 키를 이용해 금고를 오픈하고 다시 박스를 넣은 뒤, 두 키를 이용해 금고를 잠금다. 만약 이때 금고가 잠기지 않으면 키를 뺄 수가 없기 때문에 일부 고객이 깜빡 잊고 잠그지 않고 키를 뺏다는 설명은 성립되지 않는다. 직원은 고객과 함께 금고를 나온 뒤, 고객이 은행을 나간 시간을 기록한다. 이로써 모든 사용절차는 완료된다.
■금고는 어떻게 관리되나
은행이 고객용으로 제공한 2개의 키는 기술적으로 복사가 불가능한 건 아니다. 계약서상에 키 복사를 금지한다는 규정이 있기는 하지만, 기술적으로 복사가 불가능하게 제작된 키는 아니라는 게 락스미스 업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금고 키에는 ‘복사금지’(Do Not Duplicate)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기 때문에, 은행 금고 키를 복사할 때는 지점장의 서명 하에만 복사를 해주도록 규정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고객이 키 2개를 모두 분실하면, 고객과 은행 관계자, 락스미스 3자가 금고 안에 입회한 후에 고객이 보는 앞에서 잠금장치를 교체하게 되어 있다.
<이일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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