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세이프 디파짓 접근은 고객에 대한 철저한 신분 확인을 거쳐 이뤄진다. 한미은행 윌셔지점에 설치된 세이프 디파짓 금고 안의 모습. <이은호 기자>
새한은행 풀러튼 지점 인질극 용의자 김명재(55)씨의 직접적인 범행 동기가 미셸 권 지점장이 전에 근무하던 한미은행 지점 세이프 디파짓 박스 내 현금 24만달러 분실문제에 따른 갈등인 것으로 밝혀지면서(본보 2일자 A1ㆍ3면 보도) 세이프 디파짓 박스에서 과연 현금이 없어질 수 있는 것인지 등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세이프 디파짓 박스 관련 규정과 문제점, 한인들이 오해하기 쉬운 점 등을 문답식으로 풀어본다.
-문제가 된 현금 보관이 규정상 가능한가, 보관물품 제한 규정은
▲연방법과 캘리포니아 주법상 특별히 보관물품에 대한 제한은 없다.
다만 해당 은행 측에서 폭발물이나 무기 등 위험물에 대해서는 별도의 제한을 둘 수는 있다. 현금의 경우 사실상 보관에 제약은 없으나, 은행에 따라 계약 때 구두로 현금 보관을 삼가해 달라는 요청을 하는 곳도 있다. 단, 세이프 디파짓 박스의 현금 보관은 탈세 가능성 때문에 세무 당국의 주시 대상이며 보관 사실이 드러날 경우 조사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사건 용의자 김씨는 은행 직원이 현금을 가져갔다는 주장을 하며 은행 및 지점장과 갈등을 빚었다. 과연 은행 직원이 고객의 세이프 박스를 몰래 보거나 열 수 있나
▲은행들에 따르면 은행 직원은 절대 고객의 입회 없이는 세이프 박스에 접근하거나 열 수 없도록 돼 있다. 개인의 세이프 박스를 열려면 고객이 소지하고 있는 키와 은행 측이 보관하고 있는 키를 동시에 넣고 열어야만 오픈이 가능하고, 은행 측 키도 별도의 안전 금고에 철저히 보관되며 모든 기록이 남기 때문에 직원의 절도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객들이 은행 세이프 박스에 넣어둔 물건이 없어졌다고 주장하는 사례는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한인 여성 황모씨는 “두 차례에 걸쳐 현금 2만달러와 고급시계 2개를 바꿔치기 당했다”며 “은행의 관리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가족 등 제3자가 대신 열어볼 수 있나
▲세이프 박스는 반드시 계약 당사자만이 본인 확인을 하고 열 수 있다. 따라서 배우자나 가족이라도 공동 계약자로 이름이 올라있지 않는 한 키를 가지고 온다 해도 세이프 박스에 접근할 수 없는 게 원칙이다. 단 세이프 박스의 계약자가 갑자기 사망할 경우 법적으로 상속권자임을 증명하는 경우나 법원의 명령에 따라 타인의 세이프 박스를 열어야 하는 경우만은 예외다.
그러나 일부 한인 은행들에서는 잘 아는 고객들에게 계약자의 이름에 올라 있지 않은 배우자 등이 키를 가져와 세이프 박스를 열려고 할 경우 사정을 봐주는 편법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세이프 박스에 손실이 발생할 경우 보상은
▲연방 예금보험공사(FDIC)는 세이프 박스에 대한 보험 및 보상 규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 또 세이프 박스에 어떤 물품이 보관되는 지는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은행 측에서 알 수 없고 기록을 남길 수도 없기 때문에 분실 주장 등에 따른 은행 측의 책임이나 보상은 이뤄질 수 없다는 게 은행들의 입장이다. 그러나 은행 강도 등 범죄나 화재, 또는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세이프 박스에 손상이 발생할 경우는 별도의 보상 규정에 따른다.
-세이프 박스에 물품을 보관하고 오랫동안 찾아가지 않으면 압류된다는데
▲주법에 따르면 세이프 박스 계약자가 3년 이상 연락이 되지 않을 경우 은행 측은 해당 고객의 세이프 박스를 강제로 열어 그 내용물을 주정부에 귀속시킬 수 있다.
<허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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