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25개 대학에서 운영 중… 신설 대학 매년 증가
아카소-패예테빌 대학 내의 푸드뱅크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음식물을 정리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이 대학 푸드뱅크는 800여명 학생들에게 음식을 제공해왔다.
엘라 마티네즈-모레노는 모든 게 자신의 잘못처럼 느껴졌다. 무엇을 잘못한 건지 당혹스러웠다. 그녀는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고 라틴아메리카학과 요리를 전공했으며 비영리기관에서 문제청소년 지도관련 분야에 취업을 하기도 했다.
마티네즈-모레노가 오리건 주립대학에서 식품과학 공부를 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었을 때 보이프렌드도 예기치 않게 실직을 당하자 갑자기 도움 없이는 살기가 힘들어졌다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자신들이 당면한 문제에 대한 해답의 일부를 오리건 주립대학 내 식품지원센터, 캠퍼스 푸드뱅크에서 발견했다.
처음엔 그곳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다. 주저되었다. 창피했다. “얼굴이 화끈거리는 듯 했지요”라고 그녀는 회상한다. 그러나 일단 문 안으로 들어선 후부터는 달랐다. 그곳은 막막했던 처지에 대한 “구원”이었고 곧 그녀가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멋진 보너스”가 되었다.
자신의 긍정적 경험을 잊지 않고 있는 마티네즈-모레노는 현재 이 캠퍼스 푸드뱅크의 외부지원 코디네이터로 일하며 지원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곳에서 도움 받는 것을 편하게 느낄 수 있어야 여기가 힘들 때 얼마나 필요한 자원이 되는 가를 깨닫게 된다”고 그녀는 말한다.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들에게 식품과 생필품을 지원하는 캠퍼스 푸드뱅크를 설치하는 대학들이 미 전국에서 점점 늘어나고 있다. 오리건 주립대학도 그중 하나다.
푸드뱅크는 시리얼에서 육류와 농산물에 이르는 식품과 변소휴지에서 아기 기저귀 등 생필품도 제공한다. 그리고 이곳에서 식품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우정’과 ‘상대에 대한 존중’이라고 스탭들과 자원봉사자들은 말한다.
테네시 주립대, 아칸소 대학, 조지아 대학, 유타밸리 대학 등은 지난해 캠퍼스 푸드뱅크를 신설한 대학들이다.
아칸소대학의 커뮤니티유대센터의 앤젤라 옥스퍼드 소장은 현재 캠퍼스 푸드뱅크을 운영 중인 대학은 약 25개 정도라고 추산한다. 지난 한해만 해도 10개 이상의 대학이 푸드뱅크 신설에 관해 문의해왔다고 옥스퍼드 소장은 전했다.
웨스트버지니아 대학의 박사과정 학생인 대니얼 파커스는 일주일에 한번씩 푸드뱅크를 찾아 간다. 아기 기저귀와 식품을 받기 위해서다. 아빠가 되기 전까진 캠퍼스 푸드뱅크가 있는 지도 몰랐다.
“그런데 결혼하고 아기가 생기고 나니 도움을 찾게 되었지요”라고 파커스는 털어 놓는다. 아내도 대학원학생이다.
파커스는 자신 같은 학생들이 직면한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고 도와주는 푸드뱅크 관계자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했다.
2009년에 오픈한 오리건 주립대학의 푸드뱅크엔 매달 수백명의 학생들과 지역주민들이 찾아온다고 마티네즈-모레노는 말한다. 가족을 부양하는 학생들도 있고 부모에게서 전혀 도움을 받지 못하는 형편의 학생들도 있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다. “푸드뱅크를 찾는 전형적 타입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갑자기 힘들어지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
기아구조를 위한 미 전국 푸드뱅크 네트워크인 ‘피딩 아메리카(Feeding America)’에 의하면 적절한 식품을 사지 못하는 처지의 미국인 계층은 점점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래 극빈층에나 한했던 지원을 필요로 하는 인구계층이 다양해 진 것이다.
“그러니 학비 등 다른 중요한 데 돈 쓸 일이 급해 제대로 못 먹는 이른바 ‘식품 불안정’에 직면한 대학생들이 증가했다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은 아니지요”라고 ‘피딩 아메리카’의 비키 에스카라 회장은 말한다. 게다가 풀타임 학생들은 푸드스탬프 수혜자격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피딩 아메리카’의 식품 지원을 받은 사람들은 2005년 2,500만 명에서 2009년 3,700만 명으로 증가했다. 지원은 수프키친, 푸드뱅크, 쉘터 등 비상 식품센터를 통해 이루어졌다.
아칸소대학 푸드뱅크 회장으로 학생봉사자인 줄리아 리언은 굶주림에 시달리는 학생들이 얼마나 되는 지는 확실치 않지만 캠퍼스 내의 문제 중 하나인 것은 틀림없다고 말한다. 2011년 2월에 오픈한 이후 이 대학 푸드뱅크에 식품 지원을 요청한 학생과 교직원 수가 800명이 넘었다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심각한 경제 불황을 겪은 미시간 주의 형편은 미시간 주립대학 푸드뱅크를 통해서도 그대로 반영되었다.
1993년 설치된 미시간 주립대 푸드뱅크 사용자는 2005-06년에 급증했었으며 아직도 격주로 200-300명이 수요일마다 이곳을 찾고 있다.
푸드뱅크는 캠퍼스 안팎의 도네이션으로 식품을 마련한다. 식품 자체를 기부받기도 하고 기부금으로 구입하기도 한다. 통조림 같은 식품은 프래터니티와 소로니티 등 교내 사교클럽과 커뮤니티로부터 직접 도네이션을 받고 있다고 웨스트버지니아대학의 학생봉사자 새라 하워드는 말한다. 웨스트버지니아 대학과 미시간 주립대학 등 일부대학에선 ‘피딩 아메리카’ 산하의 푸드뱅크를 통해 식품을 구입하고 있다.
많은 캠퍼스 푸드뱅크 관계자들이 특히 강조하는 것은 수혜자에 대한 배려다. 자칫 가난한 학생들에게 수치스럽고 당황스럽고 힘든 경험이 될 수 있는 푸드뱅크 사용을 가능한 한 마음 편하게 해주려고 최선을 다한다. “푸드뱅크에서 효율적 운영보다 중요한 것은 당혹스러운 요소를 극복하는 것이지요”라고 리언회장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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