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지진과 쓰나미로 큰 희생을 치른 일본의 노령층 사이에서 자생적인 재활모임이 생겨났다. 바로 ‘뜨개질 클럽’이다.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쓰나미 피해가 심했던 일본 미야기현 시치가하마 지역의 뜨개질 클럽을 소개하면서 어려움을 겪은 일본인들이 서로를 위해 비상안전망을 조직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주 화요일 임시가옥에 정기적으로 모이는 노인들은 뜨개질로 자금을 모아 아직도 이재민 신세를 면치 못한 노인 수천명을 지원하는데 보탠다.
쓰나미로 집과 해안가의 상점을 잃어버린 세츠코 가쓰야(80) 할머니는 "뜨개질 모임을 하면서 밤에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뜨개질을 더 하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노인들은 한국과 호주, 스코틀랜드, 미국 등에서 보내준 털실로 다양한 아이템을 짠다.
이들은 서로 뜨개질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면서 온정을 느끼고 있다.
뜨개질로 자원봉사를 하는 노인들의 면면은 다양하다. 20여명의 회원들은 쓰나미 발생 전까지는 서로를 알지 못했지만 이후 봉사활동을 하면서 친해졌다.
농사를 지었던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발전소 회계업무를 보던 사람도 있다.미용실을 운영하던 이도 2명이 있다.
이들 가운데 가족이 희생된 사람은 많지 않으나 전원이 집을 포함해 거의 모든 것을 잃었다.
이 모임은 작년 대지진 희생자들의 여러가지 단면을 보여준다.
아직 임시주택에 거주하는 32만6천명의 이재민 가운데 상당수는 65세 이상 고령자들이다. 일부 도시의 경우 고령자 비율이 30%를 넘는다. 이들은 대체로 노후를 감당할만한 돈이 거의 없으며 일자리를 구하는 것도 불가능한 실정이다.
일본 정부는 대지진 이후 피해자들이 고지대 지역으로 거처를 옮길 수 있도록 노력중이지만 잘 진척이 되지않고 있다.
작년 말 정부는 쓰나미 피해 지역의 토지를 피해자들로부터 사들이는 구호방안을 발표했다. 피해자들이 토지를 팔아 새 지역의 땅을 살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 방안도 최소한 몇 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지역 토지의 가치를 산정하는 일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일본은 이전에도 재난 피해 노인들을 돕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 바 있다.
지난 1995년 발생한 고베 대지진 이후 5년간 임시가옥에서 거주하던 독거노인 가운데 223명이 사망했다. 이들 중 몇 명은 사후 며칠이 지날 때까지도 발견되지 않았다.
효고대의 하츠미 간자키 교수는 "외롭게 사는 노인들은 삶의 희망을 잃고 사회로부터 관심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고베대지진 당시 이재민 구호에서 문제점을 발견한 당국은 이후 임시 이재민 숙소를 위한 비용을 별도로 책정해 지출하고 있다.
(뉴욕=연합뉴스) 주종국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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